샘
洪 海 里
요즘은 선생님을 샘이라 부른다
샘에서는 지혜, 사랑, 이해, 배려, 의리,
양보, 관용, 정과 꿈이 솟아난다
깊은 샘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물에 빠져도 박차고 오를 줄 안다
샘, 샘, 하는 아이들 가슴에서 물이 솟는다
겨울에도 물꽃이 퐁퐁 솟는 소리 들린다
선생님은 샘이다.
바닥이 보이는 마른 샘도 있다
이 샘에는 동네 처녀들 두레박을 드리우지 않는다
샘터에 사내애들의 휘파람 소리도 얼씬없다
그런 샘에는 얼굴이 비춰지지 않기 때문이다
별 하나 뜨지 않고,
푸른 하늘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샘, 샘! 하는 아이들을 보면 샘이 나서 죽겠다
떡 한 개 더 주고 싶다.
- 시집『독종』(2012, 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