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시> 그늘과 아래

洪 海 里 2011. 5. 18. 17:57

 

그늘과 아래

 

洪 海 里

 

 

그늘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그늘이 그늘그늘 드리워진 곳은 어디인가

그늘은 늘 아래 존재한다

그늘은 미끄러워 잡히지 않는다

그런 걸 알면서도 나는 '그늘 아래'라고 겁없이 쓴다

그늘에 아래가 있는가

그러면 그늘의 위는 어디인가

그래 어쩌자고 나는 그늘 아래로 파고 드는가

그냥 그늘 속으로 기어들지 않는 것인가

그늘은 무두질 잘 해 놓은 투명한 가죽이다

그늘에서 가죽에 막걸리를 먹여야 좋은 소리가 난다

그늘의 소리가 배어 있다 나온다

그늘북은 항상 얻어맞는 잔잔한 슬픔이다

그게 아니다 북은 젖어 있는 팽팽한 희망이다

그래 나는 늘 그늘이고, 아래에 있고 싶다.

                                 - 《시향》제47호(2012. 가을)

 

-

시집『독종』(2012, 북인)

 

* https://cafe.daum.net/moochul4054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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