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독종毒種』2012

<詩> 독종毒種

洪 海 里 2011. 6. 24. 11:26

 

독종

 

洪 海 里

 

 

1

세상에서 제일의 맛은 독이다

물고기 가운데 맛이 가장 좋은 놈은

독이 있는 복어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독종은 인간이다

그들의 눈에 들지 마라

아름답다고 그들이 눈독을 들이면 꽃은 시든다

 

귀여운 새싹이 손을 타면

애잎은 손독이 올라 그냥 말라 죽는다

그들이 함부로덤부로 뱉는 말에도

독침이 있다

침 발린 말에 넘어가지 마라

말이 말벌도 되고 독화살이 되기도 한다

 

3

아름다운 색깔의 버섯은 독버섯이고

단풍이 고운 옻나무에도 독이 있다

곱고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독종이다

 

그러나 아름답지 못하면서도 독종이 있으니

바로 인간이라는 못된 종자이다. 

 

4

인간은 왜 맛이 없는가?

 

- 시집『독종』(2012, 북인)

 

 

 

  * 시를 받아 적고 정돈하려는데

  제목이 중독으로 적혔다.

독종에 한자 표기를 하려다가 발견한 것이다.

무심코 그렇게 적은 이유가 있을 텐데, 그동안 나는 무엇에 중독된 것일까.

독이 중독에 이르러 효과를 드러낸다고 볼 때 나는 헤어날 수 없는 어떤 맛에 끌려다닌 게 분명하다.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깊이도 알 수 없이 빠져 있었다.

 

  시는 읽을수록 중독되는 게 맞다.

독을 분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독이 무서운 줄 모른다.

어쩌다가 눈짓에 독이 묻은 시를 만나기도 할 것이다.

웃음으로 날리고 말로 독을 꽂는 시를 읽고 몽롱한 밤을 지나기도 할 것이다.

이래저래 나도 모르게 든 독인데, 해독의 방도로도 좋은 시가 필요하다.

세상에는 다행히 사람 좋은 시인이 쓴 좋은 시가 많다.

        - 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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