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詩는 없다』(미간)

자짓빛 상상

洪 海 里 2011. 11. 9. 04:56

 

자짓빛 상상
 
洪 海 里


그녀는 가지를 보면 자지 생각이 난다
그러나 그녀 차지는 되지 않는다
약삭빠르고 헤픈 것들이 워낙 많아서
뒷전에서 침이나 삼키다  파지가 되고 만다


하지夏至면 축 늘어진 채 당당한 한때
잘생긴 가지
자줏빛으로 반짝이는 가지
갖고 싶다 따고 싶다 안고 싶다 먹고 싶다 하고 싶다
꼭지를 딸까 배꼽부터 씹을까 가운델 뭉텅 베어물까.


그녀는
마지막으로
막막해지고 싶다
적막강산이 되고 싶다


젖가슴 풀어헤치고 다리속곳 벗어던지고
가시고기처럼 알을 슬고
바위 하나 품고 싶은
가지가지 생각에 가지나무에 목을 맬 수도 없는
그녀는 자짓빛 상상이나 하고 있다.
 
   - 월간《우리詩》(2012.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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