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변잡기·洪錫珉 기자

왜 술을 마시는가? / 박종호

洪 海 里 2011. 11. 26. 04:51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고 주객은 술과 싸우지 않는다.

왜 술을 마시는가
?

군자의 학문이 뿌리를 얻는 것이라면 주도(酒道)는 가지를 얻는 것이 된다.

뿌리만 있고 가지가 없다면 어떻게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는가.

술을 안 마시는 사람과 더불어 큰 일을 논할 수 없다.

무릇 술을 잘 마신다고 하는 것은 많이 마심을 뜻하지 않고 바르게 마시는 것을 뜻한다.

옛 선인이 말하기를 취중의 하루는 평시의 한 해와도 같다

이는 취중의 마음에 정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군자가 여행을 할 때도 그 지방에 도착해서는 그 지방의 술부터 음미하는 것이다.

만일,경치만 구경하고 술을 들지 않는다면 어찌 그 지방에 있었다 하리요.

한평생을 살면서 술을 들지 않는다면 어찌 세상에 있었다 하리요.

다음은 음주 실전편입니다.

술을 따를 때 술병을 기울이는 것은 하늘의 기운이 아래로 흐르는 것이다.

따라진 잔을 받들어 올리는 것은 땅의 기운이 상승하는 것이다.

술은 남편에 비유되고 술잔은 부인에 해당되므로 술잔은 남에게 돌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장부의 자리에서 한 번 잔을 돌리는 것은 소중한 물건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뜻이 있으므로 비난할 수는 없다. 단지 그 일을 자주 한다는 것은 정이 과하여 음절이 요동하는 것이라 군자는 이를 삼간다. 

술을 따르는 사람은 안주를 먹고 있어서는 안 되고,술잔을 받는 사람은 말을 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술을 받을 때나 따를 때는 술잔을 보고 있어야 한다. 

다음은 술 마실때 조심해야 할 것들입니다. 

대체로 술에 취했을 때는 두 가지 혼란이 오고 세 가지 욕심이 생긴다.

두 가지 혼란이란 말과 생각이요,세 가지 욕심이란 첫째는 색욕이요,둘째는 식욕이요,셋째는 안거욕이다.

만일 술마시는 사람이 능히 두 가지 난을 평하고,세 가지 욕심을 다스린다면 술을 오래 마셔도 가할 것이다.

좋은 술자리와 나쁜 술자리도 있습니다.

남이 사면 좋은 술자리고, 내가 사면 나쁜 술자리 아닌가?
가장 좋은 술자리는 아무런 뜻이 없이 한가롭게 술만을 즐길 때이다.

일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것이 가장 나쁜 술자리이다. 

술이란 그것을 마셔서 몸에 그 기운이 퍼지는 것을 마치 사계절이 변화하는 것처럼 해야 된다.

처음부터 갑작스레 마셔서는 안 되고,이미 마신 술의 기운이 마음에까지 와 닿을 때 다음 잔을 마시는 것이고 서서히 취해 가는 것이 좋다.

사계절의 운행은 쉬지 않고 점차 흘러가는 것이고 술의 취함도 이와 같이 흘러가는 것이다.

음식을 먹지 않고 술자리에 임해 먹는 음식은 몸에 크게 이롭고 마음도 즐겁다.

첫잔에는 안주를 먹지 마라.

양기가 아직 숙성하지 않은 까닭이다, 아름다운 일이다.

물고기는 물과 싸우지 않는다.

물고기는 흐름을 따라야 할 때는 따르고 어떤 때는 힘차게 역행한다.

술이란 술이 하자는 대로 해서도 안 되고 그 반대로만 해서도 안 된다.                

이대로만 마신다면 진정한 애주가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박종호 (부산일보 2011. 4.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