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시낭독회] 한여름밤의 시 낭송 | ||||||||||
“한여름 밤, 우리는 시를 음송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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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회는 저녁 7시 정각에 시작됐다. 사회자는 손현숙 시인이었다. 손현숙 시인은 시에 대한 사랑이 미모만큼이나 대단한 시인이다. 인사말로 비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종일 내리던 비가 저녁이 되자 딱 그친 행운에 대해. 시로 소통하는 사람들끼리 이렇게 모여 다시 시로 공감하는 또 다른 행운에 대해. 개회사에 이어 임보, 홍해리 시인의 여는 말씀이 차례로 진행됐다. 임보 선생님은 오늘 시 낭독회 공식 초청시인이신 홍해리 선생님을 위해 우이동 그 먼 곳에서 신사동까지 먼 길 마다지 않고 두 시간 족히 걸려 오셨다고 했다. 오랜 지기를 위한 우정의 걸음이다 했지만 자칫 흥겹기만 할 수 있는 잔치 분위기에 격조를 더한 걸음이었다. 선생님은 지기를 위한 시 〈난초서방 해리〉를 바리톤급 성량으로 낭송해 주었다. 우리는 푸짐한 박수를 보내드렸다. 다음은 초청시인인 난정 홍해리 선생님 차례. 홍해리 선생님은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황금감옥》 외 다수의 시집을 출간한 분이다. 홍해리 선생님 하면 난을 빼놓수 없다. 민화나 동양화 속에만 존재하던 난을 발로 찾아 세상에 보급한 일화로 유명한 분이다. 홍해리 선생님은 낭송에 앞서 몇 가지 말씀을 보탰다. 선생님의 고향은 충북 청원인데 고향 근처에 바다가 없어 어린 시절엔 무척이나 바다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대학 때 처음 바다를 보았는데 그 바닷가 마을 이름이 해리였고 그런 인연으로 필명을 홍해리(洪海里)라 정했다고 했다. 대학 시절 만난 스승님들에 대한 말씀도 있었다. 김종길 선생님께 19~20세기 영미시와 T.S. 엘리엇을 배웠고 조지훈 선생님께 시론과 현대문학을 배웠는데 우리 시를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는 귀한 가르침이었다고 했다. 선생님은 또 시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 대해 말했다. “시는 시여야 하고, 시인은 시인이어야 한다.”며 “시인은 선비정신과 풍류를 아는 사람이다. 따라서 모두가 다 시인이 되면 살기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는 덕담으로 말씀을 맺었다. 그리고 자선시 〈길에 대하여〉를 낭송했다. 한평생을 길에서 살았다/ 발바닥에 길이 들었다/ 가는 길은 공간이고 시간이었다/ 공간에서 제자리를 가고/ 시간에선 뒷걸음질만 치고 있었다/ 샛길로 오솔길로 가다/ 큰길로 한번 나가 보면/ 이내 뒷길로 골목길로 몰릴 뿐/ 삶이란 물길이고 불길이었다/ 허방 천지 끝없는 밤길이었다/ 살길이 어디인가/ 갈 길이 없는 세상/ 길을 잃고 헤매기 몇 번이었던가/ 꽃길에 바람 불어 꽃잎 다 날리고/ 도끼 자루는 삭아내렸다/ 남들은 외길로 지름길로 달려가는데/ 바람 부는 갈림길에 서 있곤 했다/ 눈길에 넘어져도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빗길에 미끄러져도 손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오가는 길에 어쩌다 마주쳐도/ 길길이 날뛰는 시간은 잔인한 폭군이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마다/ 인생이란 그렇고 그런 것이라 했지만/ 끝내 비단길, 하늘길은 보이지 않았다/ 날개는 꿈길의 시퍼런 독약이었다. 낭송을 마친 선생님은 잠시 침묵하더니, 여러분의 시 불꽃이 꺼지지 않고 영혼이 활활 타오를 수 있기를 기원한다는 말로 순서를 마무리했다. 이후 본격적인 자선시 시낭송이 시작됐다. 첫 번째 자선시 낭송은 강미영 시인이 했다. 〈마미노기〉라는 생소한 제목의 시였다. 발목이 겨울도 아닌데 시려와요/ 가슴에서 올라오는 울음사탕 주렁주렁 매달고/ 오래전 잃어버린 운동화 한 짝을 찾아요/ 까치발로 오래도록 둥근 사탕/ 입안에 넣고 굴리면/ 당신의 숨결을 들을 수 있을까요// 눈이 퉁퉁 붓도록 거울을 닦으며/ 한걸음 앞에서 너울,/ 노래가 형식이 되는 것만큼 아픈 것들이 없다고/ 밤마다 분수대는 숨을 죽여요/ 별들이 가득했던 가방 속엔/ 춤으로 만들어진 굳은살/종종 걸음을 멈추게 해요/ 당신을 찾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도돌이표 따윈 두렵지 않아요// 사랑의 외투는 흙빛으로 변해가고/ 아무렇게 벗어놓은 신발들이/ 무수히 흩어져 반짝거리는데/ 발목이 시려올까요, 왜/ 목이 긴 햇살 넘어/ 당신의 노래가 있기는 하는 걸까요// 당신 때문에/당신을 버리는 순간이 없기를,/ 백지 안에서 날마다 목을 걸고/ 매순간 현의 울림을 팽팽하게/ 이 앙다물고 오래도록 눈멀면 안 될까요/ 당신과 함께 어두워진 숲에서도/ 왜가리 줄넘기를 할 수 있는데/ 발목은 시려올까요, 왜 강미영 시인은 2004년 《시와세계》로 등단했다. 필자와는 유심시낭독회서 처음 만났다. 말 한 마디 주고받지 않았지만 낭송이 끝날 무렵에는 아주 친한 친구처럼 편한 박수를 보냈다. 시를 낭송하고 듣는 이 자리가 시로 소통하고 시로 공감하는 자리라는 사회자의 인사말이 다시 한 번 마음에 떠올랐다. 다음은 고영 시인의 차례. 2003년 《현대시》로 등단한 고영 시인은 그리 길지 않은 시력에도 제1회 질마재해오름문학상 수상 경력이 있다. 당신은 어제의 방식으로 웃어 달라 했다/ 나는 짐짓 고개를 돌린 채 어제의 웃음을 떠올려 보았지만/ 당신과 나와의 요원한 그 거리만큼에서/ 기억은 노선을 헤매고 있었다// 기억에도 정류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 때나 타고내릴 수 있게……// 관심 없다는 듯 태양이 내리쬐고 있었다/ 태양에게 어제의 방식을 묻는 건 신에 대한 모독일 터/ 결국 나는 오늘의 방식으로 웃어주었다// 한낮의 폭염 속에서 새들이 진눈깨비처럼 흩어지고 있었다/ 새들이 보여주는 공중의 이별은 아름다웠다// 당신은 어제의 태양 아래서 웃고/ 나는 오늘의 태양 아래서 웃고 있었다// 당신은 당신의 방식대로 어제를 향해 걸어갔고/나는 언젠가 내 生에서 지워지고 말 하루를 향해 걸어갔다/ 무서운 계절이 몰려오고 있었다// 국경을 넘듯 횡단보도를 걸어가는 당신을 향해/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웃어주었다 사람 좋기로 유명하고, 그보다는 시 잘 쓰는 사람으로 유명한 고영 시인의 낭송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후기를 쓰기 위해 가볍게 메모를 하던 필자의 귀에 “새들이 보여주는 공중의 이별은 아름다웠다”는 구절이 들어왔다. 일견 추상적으로 들릴 문장이지만 듣는 이의 내면에서 개인적 체험으로 재구성될 때 힘을 주는 구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내공이 있는 시인의 시다. 세 번째 자선시 낭송은 1998년 《예술세계》로 등단한 김나영 시인이 맡았다. 김나영 시인이 낭송한 시는 〈브래지어를 풀고〉였다. 낭송 시작 전에 김나영 시인은 “야한 제목의 시를 들고 나온 점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해 좌중에 짧은 웃음을 선사했다. 브래지어 착용이 유방암 발생률을 70%나 높인다는/ TV를 시청하다가 브래지어 후크를 슬쩍 풀어 헤쳐본다/ 사랑할 때와 샤워할 때 외엔 풀지 않았던/ 내 피부 같은 브래지어를// 빗장 풀린 가슴으로 오소소- 전해오는/ 시원함도 잠깐/ 문 열어놔도 날아가지 못하는/ 새장 속의 새처럼/ 빗장 풀린 가슴이 움츠려든다/ 갑작스런 허전함 앞에 예민해지는 유두/ 분절된 내 몸의 지경이 당혹스럽다// 허전함을 다시 채우자/ 그때서야 가슴이 경계태세를 푼다/ 와이어와 후크로 결박해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는// 나는 문명이 디자인한 딸이다/ 내 가슴둘레엔 그 흔적이 문신처럼 박혀 있다/ 세상 수많은 딸들의 브래지어 봉제선 뒤편/ 늙지 않는 빅브라더가 있다 김나영 시인이 낭송을 마침과 동시에 어디선가 “문 열리거든 꼭 날아가십시오”라는 당부가 새처럼 그녀에게 날아갔는데, 그녀가 그 새를 잡았는지는 모르겠다. 다음 차례는 멋진 모자를 쓰고 온 김명원 시인의 순서. 사랑아/ 조금 늦게 울어도 되지 않겠니// 배고프다 칭얼대는 저 초승달에게 늙은 젖을 먹인 뒤/ 아파요, 으아리 근처서 깨어난 이슬이 마지막 숲 그림자에 가 닿은 뒤/자음으로만 머뭇 머무는 먹구름 우레로 퍼부은 뒤/ 두근거리는 상사화 꽃대가 차마 둥그러진 뒤/ 밤새 술 취하던 그의 조등(弔燈)이 점점점/ 붉게 사윈 뒤// 사랑아/ 그때 우리 울어도/ 늦진 않겠지 김명원 시인은 충남 천안 출생이다. 느림의 미학으로 대표되는 충청도 사람 특유의 정서가 “늦게 울어도” “늦진 않겠지”와 같은 표현을 통해 잘 녹아 있다. 사회를 보던 손현숙 시인은 “아예 울지 마십시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이선 시인은 〈잃어버린 물병〉을 낭송했다. 2006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한 김 시인은 현재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고 한국문학번역가로도 활동이 왕성하다. 산허리를 돌아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자 심장은 무장 가빠지고 온 몸의 모공이 열려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험한 고개를 몇 구비 넘어도 산은 정수리를 보여주지 않고 차오른 숨이 목에 걸렸다. 넓적한 바위에 털썩 주저앉아 배낭 옆구리를 뒤지는데 항상 물병을 넣고 다니는 그물망에 물통이 없다. “어디에 빠뜨린 것인가” “어떻게 떨어지는 소리도 듣지 못했단 말인가” 분명히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배신감에 갈증은 두 배로 더해오고 허탈감이 온 몸을 덮쳐왔다. 땀을 훔치 고 마음을 추스러 배낭을 다시 드는데 등산조끼 하나만 들은 것치고 너무 묵직해 열어보니 물병이 거기 조롱하듯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배신과 허탈감에 그리고 때 아닌 안도감에 하산하는 내내 다리가 후들거렸다.// 집엔, 아내가 있었다. 김이선 시인은 낭송을 마치고, 얼마 전 중부지방을 비롯하여 전국을 강타하고 지나간 수해 이야기를 했다. 산이나 숲에 가는 즐거움이 컸는데 심하게 훼손된 숲을 보니 아픔이 컸다고 했다. 위의 시도 산에서의 경험을 시로 잘 형상화시킨 작품이다. 여섯 번째 낭송시의 주인은 나병춘 시인이다. 1994년 시와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나병춘 시인 역시 수해 이야기를 했다. 아무리 수마의 손길이 잔혹해도 자연은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며 자연을 보는 기쁨 속에서 산다고 했다. 나병춘 시인이 들려준 시는 〈복종〉. 파도는 무너지고 쓰러지면서/ 일어서는 걸 배웠다/ 곧장 일어서는 일 또한/ 한정 없이 넘어지는 일이라는 걸/ 처절한 복종으로부터 배웠다/ 넘어지고 일어서면서/ 결코 무너지지 않는 든든한 수평선을 얻었다/ 벼랑 하나 목침하고 누워/ 수 만년 허공의 무게를 견디는 법을 배웠다/ 별 하나 하나 지우며 새기며/ 자신의 바다를 환하게 지키는 법을 알았다/ 어두우면 어두울수록 새벽이 다 왔다는 것을/ 바람이 혹독하면 혹독할수록/ 새봄이 가까이 오고 있다는 것을/ 파도는 스러지고 다시 일어나면서 알았다/ 잘 넘어지는 것이 살아가는 힘이라는 걸/ 밀물과 썰물로 빈 가슴 위로하면서/ 한결같이 변함없는 영원한 노래 한 곡조를 얻었다 나병춘 시인의 〈복종〉은 굴복의 의미가 아니라 “잘 넘어지는 것이 살아가는 힘이라는 걸”깨닫게 하는 역설적 의미의 복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병춘 시인은 현재 자연휴양림 숲 해설가로도 활동 중인데 시낭송을 마치자, 훼손된 자연과 일부가 무너진 우면산을 위로하는 노래를 불러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아쉽게도 노래 제목은 메모를 놓쳤다. 다음은 1996년 월간 《현대시》로 등단한 신미균 시인이다. 신미균 시인은 〈웃기는 짬뽕〉이라는 짧은 시를 낭송했다. 5층에 있는 직업소개소에서/ 신상명세서를 적고 나오는데/ 문 앞 복도에/ 누가 먹고 내 놓은/ 짬뽕그릇 보인다// 바닥이 보일 듯 말 듯/ 남은 국물// 1층까지/ 죽기 살기로 따라 내려오는/ 참을 수 없는/냄새// 그/ 짬뽕 짧지만 여운이 긴 시다.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시의 의미도 시인의 성정도 그대로 반영하는 듯했다. 낭송하는 소리만 듣고도 곧고 곧은 시인 아닐까 짐작했다. 여덟 번째로 낭송한 시인은 신현락 시인이다. 1992년 〈충청일보〉 신춘문예로 문단에 발을 내민 신현락 시인은 시낭송 전에 짧게 요즘 자신의 시에 대한 심정을 고백했다. “요즘 시가 길어져 고민입니다. 고르고 골라 짧은 시를 찾아 낭송합니다. 결핍은 상상으로 채워 듣기 바랍니다.” 어느 날 석양 무렵/ 시간의 입술에서 음악회 초청장이 날아왔다/ 배추흰나비 날아오는 쪽이라는 건 알겠는데/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시간이 없었다// 시간의 입술은 쉽사리/ 접속을 허락하지 않았다/ 꽃잎의 아이디와 배추흰나비의 비밀번호 가지고도/ 다시 확인하라는 메시지만 뜨고 지고// 나는, 꽃잎이 피고 지고/ 누군가의 사원이라고 썼다/ 배추흰나비의 두 날개 펼쳤다 접혔다/ 배추속이 궁금하다, 고 적은 후/ 노트를 덮었다// 듣고 싶어라, 꽃잎이 피고 지는 시절,/ 배추흰나비의 동선을 따라 다닌 건/ 순전히 시간의 입술 때문이었다// 낮은 음에서 한 옥타브 높은 음까지/ 나비 날개의 음역을 빌어서/ 꽃잎의 입술에 입을 맞추다 보니/ 제법 매미노래방 아가씨들에게/ 푸른 배춧잎 몇 장씩 뜯기게 되었는데/ 노래로는 매미의 붉은 입술도 훔치지 못했다// 시간의 입술에 접문하는 방식은/ 아무도 모른다는 게 나의 결론이지만/ 오늘 저녁에도/ 꽃잎이 피고지고, 나는/ 나비의 날개보다 더 환한 배춧쌈을 먹는다 결핍의 형식이 배추쌈보다 더 환하게 느껴지는 마법 같은 시였다. 박수가 터져 나오는 걸 보니 필자만의 소견은 아닌 듯했다. 후기를 쓰면서 다시 읽어봐도 표현과 사유가 신선하다. 좋은 시는 눈으로 읽어도 좋고 귀로 들으면 더 좋은 것 같다. 신현락 시인을 끝으로 1부 낭송을 마쳤다. 2부 낭송 시작 전 오르페 연주단의 노래 공연이 준비되었다. 오르페 기타 연주단은 이수용 외 3명의 아마추어 노래 연주단인데, 보컬을 담당한 이수용 씨는 사회자인 손현숙 시인의 오래된 지기.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정말로 강남 신사동까지 온 ‘친구’였다. 오르페 기타 연주단이 들려준 노래는 〈사랑은 늘 도망가〉 〈내가 만일〉〈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세 곡. 살짝 틀려주는 재미가 플러스되어 인간적인 재미를 더했다. 특히 마지막 노래를 부를 쯤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박수를 치며 모두가 함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흥겹게 합창했는데 열기가 꽃처럼 피어올라 좌중의 흥겨움이 최고조에 달했다. 2부는 오태환 시인의 자선시 낭송으로 시작됐다. 한껏 고조된 분위기가 가라앉을까 걱정이 되신다며 조심스럽게 시를 읽었다. 햇빛 맑고 바람 좋은 날은/ 내 몸알 하나 데불고 동해바다 어디쯤 가서/ 풍장(風葬)이나 치리야/ 내 몸알 뼈마디 접은 구석구석/ 비상(砒霜)처럼 푸르른 파도/ 소리로 염습을 하고/ 찬란한 풍장(風葬)으로 띄우리야/ 설악에서 삼척까지/ 건조장에 종대로 늘어선 명태짝처럼/ 말곳말곳 눈뜨고/ 내가 살아서 지은 사랑이라든가/ 무슨 비애라든가 뭐 이런 것 따위/ 햇빛에 말리고/ 곱게 바람 틈으로 휘발시키리야// 그래도 내 몸알의 그리움/ 쉬이지 못하고/ 다스려지지 않거든/ 저리 아름답게 햇빛에 미쳐 이슬처럼/ 자디잘게 쪼개지는/ 동해바다 전체를 포개 놓고 풍장(風葬)치리야/ 바람 와서 잘 놀다 가도록/ 쏘시개로 성글게 솎아 가며/ 남김없이 풍장(風葬)으로 띄우리야/ 그래도 기슭에/ 아직 더운 주춧돌 남아 뒹굴면/ 내 몸알의 그리움/ 더운 주춧돌 옆에 누이고/ 투명하게 살 비비며 그냥 잠들리야 1984년 〈조선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오태환 시인은 오랜 시력에서 잘 다져진 내공으로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다. 낭송을 염두하고 쓴 시인 양 종결어미를 부드럽게 처리하여 “휘발시키리야” “잠들리야”와 같이 듣는 이로 하여금 시어가 더 감칠맛이 나게 했다. 2부 두 번째 순서로는 유정이 시인이었다. 유정이 시인은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고 현재 홍익대, 경희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낭송할 시의 제목은 〈싸움의 기술〉이었다. 여담으로 자신은 싸울 줄 모르니 여러분 제발 싸움 걸지 말아 달라고 부탁해 좌중을 웃겨주었다. 귀에서 자꾸 기차 바퀴 소리가 들려, 덜커덩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지팡이를 흔들며 들어오네/ 농담처럼 생긴/ 너무 오래 계속되는 공연은 딱 질색이야/ 내 혐오는 너무 질긴 게 탈이지/ 예고도 없이 불이 나간 객차가/ 컴컴한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만 실컷 울어보자고/ 결심했어/ 그러나 불이 켜지고도 나는 줄곧 울고 있었지/ 계략이 떨어진다는 것은/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시작했다는 뜻/ 스스로 호랑이라고 믿는 날랜 살쾡이 어느새/ 손바닥에 이겨 붙었던 흙먼지 탈탈 털고/ 휘파람을 부네 먼저 그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귓속에 장착해 둔/ 그러나 고작 너는 눈꼬리 긴 살쾡이일 뿐/ 나는 차라리 우아한 패배를 원하네/ 귓속에서 자꾸 기차 바퀴 소리가 들려/ 명백하고도 무거운 이 바퀴를 달고/ 그리 슬프지 않은 저녁에 당도하고 싶을 뿐이야/ 가도 가도 캄캄한 울음 속을/ 그 남자 지팡이를 흔들며 걸어간다/ 결국 이 싸움의 패인은 울음이었으나/ 그렇다고 네가 이겼다는 증표는 아니야/ 어느 온순한 영화의 반전처럼/ 이 울음의 기차는 또다시 너라는 간이역/ 농담처럼 생긴/ 너무 오래 계속되는 공연을 덮치게 될 것이다 ‘이 울음의 기차는 너라는 간이역을 덮치게 될 것이다.’ 아직 오지 않은 삶에서 반전을 예고하듯 시 전문이 한 문장으로 요약됐다. 유정이 시인을 자주 만나지는 못해도 오다가다 마주칠 때마다 참 정갈한 시인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시 역시 시인을 닮아 있었다. 다음 순서는 이병초 시인이었다. 전주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비가 많이 와서 논둑 막느라 새까맣게 탔다고 농담처럼 툭 내뱉자 여기저기서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렸다. 결코 웃고 넘길 얘긴 아닌데, 시 앞에서는 사람들이 현실적 어려움도 순화시키는 능력이 생기는 것 같았다. 이병초 시인은 1998년 《시맥(詩脈)》으로 등단했고 제2회 불꽃문학상을 받았다. 동진강 가는 또랑길/ 보릿대 태우는 냇내가 무덥다/ 내 손바닥 잔금들이/ 소쿠리 바닥 찍어놓은 것 같다고/ 쫑알대는 지지배를 따라왔던 길,/ 논고랑에 튀는 가물치를/ 삽날로 찍어냈다는 말에/ 갯버들 속에 물떼새들이 푸드덕/ 날아오르던 길, 아이 깜짝야, 니가 시켰지/ 너 이담에 뭐 될라고 그러냐?/ 내 겨드랑이 깊숙이 박힌 날갯죽지를/ 지지배는 다짜고짜 끄집어내려 들었고/ 노을 깔리는 강둑길에 지지배를 업고/ 갯내 짠내 뒤엉킨 뻘밭 속에/ 나는 푹푹 빠지고만 싶었다/ 와리바시로 쌈장을 찍어 바람벽에 써보던 이름/ 동진강 둑길에 깔리던 달짝 같았던 시간을/ 나는 자살처럼 아꼈다/ 너 이담에 뭐 될라고 그러냐 쫑알대는 목소리가/ 동진강 가는 무더운 또랑길에/ 풀잎처럼 자꾸만 둥글게 휘어진다 낭송을 마친 이병초 시인은 동진강에 대한 부연 설명을 했다. 동진강은 부안, 김제, 정읍을 아우르며 흐르는 강인데, 그곳에서 만난 여학생 얘기가 〈또랑길〉이라는 것. 앞으로 다시는 사랑으로 엄살떨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달짝 같았던 시간을/ 나는 자살처럼 아꼈다”라는 시 아랫부분 구절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마음에 남았다. 이병초 시인의 낭송이 끝나고 이화은 시인이 자선시를 낭송했다. 시와시학상 수상 경력이 있는 이화은 시인은 1991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이화은 시인이 낭송한 시는 〈틈〉이다. “김명원 시인의 시 〈틈, 기다리다〉가 사랑 얘기라면 내 시는 술 얘기입니다. 취기가 묻어 있어도 양해해 주십시오.”라며 우스갯소리로 점차 늘어져 가던 우리의 귀를 쫑긋 세우게 했다. 다만 벽을 보고 술을 마셔야 했던 그 집/ 건물과 건물 사이/ 돌아가거나 비킬 틈이 없는 틈 사이/ 복잡한 감정의 봉합선처럼/ 한 땀 한 땀/ 꿰매듯 순서대로 자리를 채워 앉아/ 면벽하고, 면벽하고 마시는 술은 늘 비장했다/ 저 벽/ 말없이 무언가를 가르치려는 놈 앞에서/ 술꾼은 쉽게 분노한다/ 분노는 음주의 본질이기도 하니/ 침묵의 수위를 견디지 못해 술잔을/ 바람벽의 엄숙한 면상에 던지는 자도 있지만/ 이만한 술친구도 없다고/ 실금만 한 틈이라도 있으면/ 감쪽같이 숨어 버리고 싶은 사람들이/ 밤이면 또 감쪽같이 스며든다/ 날이 밝기 전에 아물지 않은 이 도시의 수술자국이/ 말끔히 낫기를 흉터 없이/ 마침내 저 봉합선이 깨끗이 지워지고/ 완벽한 실종을 꿈꾸는 자들이/ 제발 승리하기를! 밤마다/벽은 위대한 장사꾼이었다 이화은 시인의 낭송이 끝나자 내용에 공감한다는 듯 박수가 시원하게 터졌다. 시 동네에 술 싫어하는 시인 없고 술에 관한 시 한 편 안 써본 시인 없겠지만, 낭송만 듣고도 공감의 박수를 끌어내는 이화은 시인의 능력이 놀라웠다. 2부 다섯 번째 낭송자는 정겸 시인이다. 정겸 시인은 이재무 시인이 〈삼류들〉이라는 시로 여성시인들을 대놓고 비하하자 〈삼류가 본 삼류〉라는 시를 발표했다. 부제로 이재무 시인의 시를 읽고라고 정면 돌파하며 소신을 밝힌 적이 있다. 박쥐 근성이 판치는 세상에 귀한 옥석을 뵙는 기분이었다. 《공무원》이라는 제목의 시집이 있는데, 제목의 이면이 궁금했다. 정겸 시인은 〈꽃못〉이라는 시를 낭송했다. 마룻대 상량문이 희미해진 봉선사 운하당/ 대목장(大木匠) 정씨는 낡은 법당이나 요사채를 수선할 때마다/ 결 곧고 심지 굳은 나무못 만들었다/ 굵거나 가는, 길거나 짧은/ 나무못 수십 개가 가지런히 툇마루에서 햇볕 쬐고 있다/ 대들보와 서까래 사이가 느슨해져 틈 벌어졌다/ 나무와 나무 잇댄 자리 홈을 내어/ 다시는 인연의 끈 놓지 말라고/ 나무못으로 옥죄며 접합시켰다/ 맞대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세상/ 서로에게 아픔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같은 유전자끼리 살을 섞어야/ 오래오래 버티며 살아갈 수 있다고 했다/ ‘화중생련(火中生蓮)’/ 연꽃 축제가 한창인 사찰 앞 연(蓮)밭/ 이곳은 향기와 소리, 바람마저 묵언이다/ 초록빛 못들이 들쭉날쭉 무수히 박혀 있고/ 정두(頂頭)에는 꽃등 하나씩 매달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아프지 않게 이어주는 꽃못/ 하늘과 물과 땅을 단단히 묶어놓고 있다 정겸 시인에 이어서 조현석 시인의 차례가 왔다. 사회를 보던 손현숙 시인은 조현석 시인을 도시적인 문체의 시를 쓰며 더불어 좋은 책을 참 잘 만드는 잘생긴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198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조현석 시인은 현재 도서출판 북인(BOOK IN) 대표이다. 조현석 시인은 필자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는데,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마주앉은 고영 시인과 함께 맥주를 서너 잔 홀짝이다가 시낭송 차례가 되어 앞으로 나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시낭송 전에 술 마신 적이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검붉은 얼굴로 서게 되어 죄송하다”고 말하자 “무슨 소리냐, 원래 검지 않느냐”고 누군가가 응수해 모두 와르르 웃었다. 시로 소통하고 시로 공감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여유와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조현석 시인은 〈사막을 읊다〉를 낭송했다. 다시 돌아가도 될까, 그래도 되나/ 갈증 심한 먼지의 시간을 걷고 또 걷는다// 핏줄 세우고 목청 찢어져 피 쏟으며/ 울부짖던 청춘의 반인반수 시절 이미 지났다// 맨 주먹이라도 움켜쥐지 마라/ 모래 속으로 스르르 다 묻혀 버리니// 딛는 발걸음마다 발목 빠지고, 무릎 꺾이는/ 언덕에는 애초 희망의 그림자는 없었다// 햇살 뜨거울수록 천지 가득 퍼지는 맹독/ 멀리 달아나려 몸부림칠수록 더 휘감기는 모래의 늪// 절대 맨 손 움켜쥐지 마라/ 살고픈 마음마저 산산이 날아갈 것이니 조현석 시인이 낭송을 마치자 이미 시간은 여덟 시를 훌쩍 넘겼다. 7시에 시작했으니 한 시간 하고도 삼사십 분이 지났다. 지루하지 않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참석자들은 이구동성 아니라고 답했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 필자만의 기분은 아닌가 보다. 다음 차례는 채선 시인이다. 2003년 격월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했다. 현재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편집장으로 활동 중이다. 채선 시인은 자선시 〈말하기 어렵다, 나는〉을 낭송했다. 기차를 끌고……/ 먼길을 왔다// 날숨만 길게 내뿜는 기차는/ 마른 기침 같은 풍경 속을 빠져나간다/ 풍경이 사라지는 곳이 방향의 중심이다// 중심을 잃을 때마다/ 깜.박.깜.박/ 사람들을 내려놓으며/ 기차는 무거워져 갔다./ (그 이유를 나는 모른다)// 나무들이 일제히/ 달려드는 풍경 속으로 쓰러진다// 몸을 불리며 춤추던 나무들의 방향에서는/ 파편 같은 꽃송이들이/ 떨어지다 날리고 흩어지고 짓이겨져서/ 기차는 좀처럼/ 소용돌이를 멈추지, 못한다./ 모든 방향이 뒤틀리고/ 끊어져버리고 달아나버리고……는/ 한 점으로 엉켜버린다// 방향은 모두 사라졌다// 나무들이 향해야 할 곳은 온통 뿌옇고 그 향방을 알 수 없어/최후가 위험하다// 그러므로 말하기 어렵다, 나는// 기차에 대하여/ 나무에 대하여/ 방향에 대하여/ 그 최후에 대하여 채선 시인은 심하게 떨린다며 듣는 이들을 긴장하게 하더니, 말하기 어렵다는 자신의 시를 아주 듣기 좋은 낭송시로 바꾸어 우리의 귀와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낭송을 마치고 들어오는 채선 시인에게 신나게 격려의 박수를 쳐 주었다. 다음은 필자(한미영)의 낭송 차례. 나는 2011년 《시향》 여름호에 발표했던 시 〈남천〉을 조금 수정해서 낭송했다. 지난 가을 돈나무라 불리는/ 남천 한 그루 모셔왔다/ 화원주인은 아침저녁 이파리 만져주라고/ 그러면 돈 따라 들어온다고/ 풍문은 풍문일 뿐이라지만/ 동그란 이파리 돈다발 같은/ 몸통 앞에서/ 한 잎 줍쇼 구걸하듯/ 고개를 조아리며/ 나는 붉은색 화기에 물을 준다/ 주렁주렁 돈이 개화하듯 피어나는 상상을 한다/ 물받이 가득 채우고/ 거실바닥으로 넘쳐나던 물들이/ 겨우내 이 구석 저 구석 맨발을 시리게 적셨다/ 오늘/ 아래층 젊은 여자가/ 초인종을 누른다/ 자기네 집 천장에 곰팡이가 피었다고/ 위층 물이 샌 것이니 새로 도배해 달라고/ 쨍그랑/ 쨍그랑/ 겨우내 피우라는 잎 대신 곰팡이 피운/ 남천이 한심하다/ 남천 쳐다보며/ 김칫국 마시고 앉은/ 내 앞/ 목하 봄이 지천 낭송을 마치고 자리에 앉는데 누군가 남천의 꽃말이 전화위복이라 일러준다. 관심 가져준 분들에게 지면을 빌어 고마움을 전한다. 2부 아홉 번째 시인은 황정산 시인이다. 현재 대전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평론, 2002년 《현대시문학》으로 시창작을 시작했다. 낭송 작품은 〈종이컵에 대한 종이컵을 위한〉이다. 팸플릿의 마지막 순서에 본인 이름이 올라 있어 잘생긴 순서대로가 아닌가 내심 당황했는데 사이사이 좀 덜 생긴 시인들이 끼어 있어 안심했다고 말문을 열더니차분하게 자작시를 읽어 나갔다. 종이컵이 좋다/ 환경을 사랑하는 그대들이 싫어할 이야기지만/ 오늘도 종이컵을 집어든다/ 이름이 없어 좋다/ 고뿌도 그라스도 아니고 잔이라 부를 수도 없는/ 그래서 뭐든 담을 수 있어/ 좋다/ 그대들은 혹여/ 담배꽁초나 타액이 들어 있는 와인잔을/ 맨정신으로 바라볼 수 있는가/ 그런 것들마저 허락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은/ 단지 종이컵뿐이다/ 때로/ 버리는 사람들에게 0.001ppm의 독성으로 저항하는/ 자존심을 잃지 않기도 하지만/ 아무렇게나 물 위에 떠 흘러가고/ 불 속에 던져져 오직 한순간 환하게 타오르는/ 종이컵이/ 나는 아니 나라면 아니 내가/ 좋다 낭송을 마친 황정산 시인은 좌중을 향해 “여러분 앞에 놓인 종이컵을 마음껏 드시고 과감히 버려주십시오”라는 마무리 당부를 시낭송하듯 깔끔하게 했다. 시인의 여유로움이 유머로 승화되는 모습은 지켜보는 우리의 즐거움을 배가시켰다. 황정산 시인의 위 시는 마치 낭송을 염두에 두고 쓴 시처럼 리듬감이나 행 배열이 자연스러워 듣기에 어색하지 않고 그래서 시의 의미가 마음에 잘 전달되는 장점을 지녔다. 마지막 낭송은 손현숙 시인의 차례였다. 손현숙 시인은 자선시 〈화장실 앞에 차 세우기―나의 오랜 벗 수용에게〉를 낭송했다. 제목에 등장하는 ‘수용’은 바로 오르페 기타 연주단 보컬 이수용 씨 이다. 오늘 행사의 사회자이자 시낭독회를 주도한 손현숙 시인은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으며 평사리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나는 오줌보가 작다/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 들락거린다/ 여행길에서는 생짜로 굶기도 하는데/ 오줌 마려워 쩔쩔매는 내가 불편하고 민망하기 때문이다// 요의는 하품처럼 전염성이 강하다/ 내 친구 남편은 휴게소 마다마다 차를 세운다/ 술 좋아하는 아내를 위한 배려다/ 나는 오랜 친구 이수용이 뒤에 슬쩍 묻어서 볼일 본다// 깜깜 밤중에는 갓길에 차 세워주기도 한다/ 굴비 엮듯 줄줄이 여자들 끼리끼리 쪼그리고 앉아/ 묘하다, 묘하다,// 그러니까 사랑, 그거 내게는 화장실이다// 차 좀 세우라면 조금만, 조금만 하는 당신,/ 나, 참다 참다 뒤통수에 총 맞은 년처럼 아무 데로나 뛰어든다/ 몸 밖으로 비우고 또 비워도 허기는 금세 차올라/ 내가 무지막지 뒷간 들고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시간 동안 시낭송이 계속 됐지만 시종 웃음과 감동이 함께한 가슴 따뜻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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