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睡蓮그늘 / 홍해리
수련이 물위에 드리우는 그늘이
천 길 물속 섬려한 하늘이라면
칠흑의 아픔까지 금세 환해지겠네
그늘이란 너를 기다리며 깊어지는
내 마음의 거문고 소리 아니겠느냐
그 속에 들어와 수련꽃 무릎베개 하고
푸르게 한잠 자고 싶지 않느냐
남실남실 잔물결에 나울거리는
천마天馬의 발자국들
수련잎에 눈물 하나 고여 있거든
그리움의 사리라 어림치거라
물속 암자에서 피워올리는
푸른 독경의 소리 없는 해인海印을
무릎 꿇고 엎드려 귀 기울인다 한들
저 하얀 꽃의 속내를 짐작이나 하겠느냐
시름시름 속울음 시리게 삭아
물에 잠긴 하늘이 마냥 깊구나
물잠자리 한 마리 물탑 쌓고 날아오르거든
네 마음 이랑이랑 빗장 지르고
천마 한 마리 가슴속에 품어 두어라
수련이 드리운 그늘이 깊고 환하다.
출처 : 우리시회(URISI)
글쓴이 : 단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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