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김 영 수(문학평론가)
해 질 녘
강가
돌아갈 줄 모르고
외다리로 서 있는
한 마리
학
!
― 洪海里 「새」전문
장자는 달팽이 뿔 두 개를 싸우는 두 나라로 비유하면서 한심한 세상을 조소하며 나무라고 있다.
洪海里 시인은 '牛耳詩' 회원들과 함께 꾸준히 세상 지키는 노래를 계속한다.
두 개의 소뿔[牛耳] 사이에 시와 시론을 걸어놓고 온 세상에 사랑의 메시지를 보낸다.
‘해 질 녘 / 강가 // 돌아갈 줄 모르고 / 외다리로 서 있는 // 한 마리 / 학 // !’의 모습을 시인은 스스로 사설하지 않고 단순한 그림 한 폭을 선사해 주고 독자 스스로 이 시의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러면 시는 향가도 되고 하이꾸도 되고 선시도 된다.
그리하여 뿔과 뿔 사이에는 삶의 동력이 있고 ‘말씀’도 ‘금강경’도 있고 연꽃도 핀다.
오늘처럼 말의 홍수 시대에, 말의 폭력이 난무하는 세상에 뚝하고 침묵하는 시 한 편이 空이고 진리이고 전부이다.
뚝!
― 洪海里 「동백꽃 속에는 적막이 산다」전문
오늘 우리 사회는 생각하는 여유도 인내도 겸허도 없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여당은 여당대로, 여당 중에도 신주류는 신주류대로 구주류는 구주류대로 중도는 중도대로, 그리고 야당 역시 60대 이상은 이상대로 이하는 이하대로 서로 각개 전투를 벌인다.
여기에 이론에 밝다는 학자가 끼어들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어느 날 모 일간지에는 노 대통령이 ‘모택동을 존경한다’는 말을 잡고 두 지식인의 공방전이 있었다.
그 후 두 사회학자가 또 엇갈리는 시선으로 왈가왈부 했다.
화두의 내용인 즉 송호근 교수의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에 대한 같은 사회학자 전상인의 서평, 그 서평은 대부분 저자와 공감하는 찬사로 이어졌지만 ‘그러나’로 덧붙인 부분은 부드러웠으나 강한 비판이었다.
특히 송호근 교수의 논지 가운데에는 지난 때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2030세대였으니 이제 우리 사회는 2030세대에 방향타를 넘기자고 했다나.
이에 서평자 전상인은 송호근 교수에게 ‘2002년 겨울’은 보았지만 ‘2003년 여름’의 부정적인 측면은 보지 못한 것이 심히 아쉽다고 했다.
차라리 이들은 ‘뚝!’하고 침묵하거나 ‘외다리로 서 있는 / 학’의 모습을 생각해 볼 일이었다.
이 때의 학은 ‘판단 중지’의 명상이 아니었을까.
- 월간『牛耳詩』 (제1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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