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
- 洪海里 시인님의 댓글을 읽고
김 세 형
동짓날,
동네방네 솥단지 팥죽 팔팔 끓는 소리,
뒤란에 홀로 나가 얼어붙은 허허창공을 황망히 올려다본다
그러다 팥죽 같은 얼굴로 허허 웃는다
허허를 올려다보고 허허 웃는다
난 아직 팔팔 끓고 있고,
허공은 이미 팥죽같은 마음을 텅 비우고 있다.
팥죽이 머리 위에 쏟아져 내린다
난 식은 팥죽을 뒤집어쓴 채 고개 숙이고
뒤란 우물 속을 들여다본다
그러다 팔죽할멈처럼 웃는다
허허 웃지 못하고 킬킬 웃는다
내 일그러진 팥죽 얼굴에 달이 하얗게 떴다
허허허공이 낳은 새알심 달이 떴다
* 내가 좋아하는 김세형 시인의 글입니다.
그의 시는 재미도 있고 허공도 보입니다.
그래서 부담감 없이 읽으면서도 늘 가슴에 대못을 하나씩 치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김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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