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隱者의 꿈
洪 海 里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든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
타협을 거부하는 시인이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 하늘棺을 이고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계시다.
현과 현 사이 바람처럼 들락이는 마른 울음 때로는 배경이 되고 깊은 풍경이 되기도 하면서,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는 한밤에도 환하다 반듯하고 꼿꼿하시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감상>
한밤에도 환하다.
시인의 정신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고산대의 주목 한 그루"처럼, 혹은 한겨울 나목처럼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들며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있는 것일까.
시가 읽히지 않는 현실에서 시의 미래는, 시인의 정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들어보자.
순수예술, 혹은 기초과학이 무시되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隱者는, 시인은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가 되자고.
비록 지금은 한겨울 나목이 되어, 잊혀진 고산대의 주목이 되어 을씨년스러운 풍경, 배경이 되고 있지만,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는/ 한밤에도 환하다/ 반듯하고 꼿꼿하시다"하며 "하늘棺을 이고/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있기를 다짐하는 것이다. 시인은---!
시인 정신은 이러 하리라. 대중적 인기 위주에 연연해서도, 절망해서도 아니 되리라.
주목처럼 올곧게 서서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 하늘棺을 이고" 타협을 거부하리라.
이전에도 현재에도 다시 미래에도 시인정신은 이러했다고, 이렇게 의연하자고, <세한도> 그림 한 점 같은 隱者의 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새해의 다짐으로---! - 김 금 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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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朱木 열매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 큰들님의 블로그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