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은자隱者의 꿈

洪 海 里 2012. 1. 13. 11:07

 

 

은자隱者의 꿈

 

洪 海 里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든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

타협을 거부하는 시인이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
하늘棺을 이고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계시다.

현과 현 사이
바람처럼 들락이는
마른 울음
때로는
배경이 되고
깊은 풍경이 되기도 하면서,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는
한밤에도 환하다
반듯하고 꼿꼿하시다.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감상>

  한밤에도 환하다.

  시인의 정신은 무엇인가, 무엇이길래 "고산대의 주목 한 그루"처럼, 혹은 한겨울 나목처럼 "산 채로 서서 적멸에" 들며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있는 것일까.

시가 읽히지 않는 현실에서 시의 미래는, 시인의 정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들어보자.

  순수예술, 혹은 기초과학이 무시되는 현실 속에서 여전히 隱者는, 시인은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고산대의 朱木 한 그루"가 되자고.

  비록 지금은 한겨울 나목이 되어, 잊혀진 고산대의 주목이 되어
을씨년스러운 풍경, 배경이 되고 있지만,
"듣는 이/ 보는 이 하나 없는/ 한밤에도 환하다/ 반듯하고 꼿꼿하시다"하며
"하늘棺을 이고/ 설한풍 속 추상으로 서" 있기를 다짐하는 것이다. 시인은---!

  시인 정신은 이러 하리라.
대중적 인기 위주에 연연해서도, 절망해서도 아니 되리라.

  주목처럼 올곧게 서서
"거문고 줄 팽팽히 조여 놓고/ 하늘棺을 이고" 타협을 거부하리라.

  이전에도 현재에도 다시 미래에도 시인정신은 이러했다고, 이렇게 의연하자고,
<세한도> 그림 한 점 같은 隱者의 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새해의 다짐으로---!
                                             - 김 금 용 (시인)

 

  * 朱木 열매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 큰들님의 블로그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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