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눈뜨다
洪 海 里
국립4·19민주묘지
더디 오는 4월을 기다리는 수십 그루 매화나무
한겨울 추위를 이겨내고 꿋꿋하게 서 있다
지난여름 삼복 염천의 기운으로 맺은 꽃망울
4월이 오는 길목에서
그날의 함성처럼 이제 막 터지려 하고 있다
두근거리는 가슴이 심상찮다
그날 젊은이들도 이랬으리라
지금은 관음觀音 문향聞香이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은 방향을 잃은 벌들처럼
무심하게 걸음을 재촉하며 헤매고 있다
한 시인 있어
막 터뜨리는 꽃망울을 보며
절창이야, 절창이야, 꽃을 읊고 있다
연못가 버드나무도 연둣빛 물이 올라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때 되면 철새처럼 몰려와 고갤 조아리고
금방 잊어버리고 마는 새대가리들
그날의 핏빛 뜨거운 함성은 들리지 않고
총선이 다가온 거리마다
떠덜새인 직박구리처럼 떼 지어 수다를 떨고 있다
나라를 구하라[求國]는 듯
먼 산에서 산비둘기 구국구국 구슬피 울고 있다.
- 시집『독종』(2012, 북인)
* 매화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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