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라는 말 / 洪海里
'처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정겨우냐'
첫'자만 들어도 가슴 설레지 않느냐
첫 만남도 그렇고
풋사랑의 첫 키스는 또 어떠냐
사랑도 첫사랑이지
첫날밤 첫새벽 첫정 첫걸음 첫나들이
나는 너에게 마지막 남자
너는 나에게 첫 여자이고 싶지
첫차를 타고 떠나라
막차가 끊기면 막막하지 않더냐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하늘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세상은 새롭지 않은 것 하나 없지
찰나가 영원이듯
生은 울음으로 시작해 침묵으로 끝나는
물로 시작해 불로 끝나는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긴 여로
처음이란 말이 얼마나 좋으냐.
처음처럼
洪 海 里
'처음'이라는 말이 얼마나 정겨운가요
'첫'자만 들어도 설레지 않는지요
첫 만남도 그렇고
첫 키스는 또 어때요
사랑도 첫사랑이지요
첫날밤, 첫새벽, 첫정, 첫잔
나는 너에게 첫 남자
너는 나에게 첫 여자이고 싶지요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자리에 앉아 처음으로 따르는 한잔의 술
첫 키스의 아련한 감촉처럼이나
첫날밤의 추억처럼
그렇게
잔을 들어 입술에 대는 첫잔
첫정이 트이던 시절의 상큼함만큼이나
나도 처음처럼
너도 처음처럼
언제나 처음처럼이라면
물로 시작해 불로 끝나는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긴 여로
처음처럼 그렇게 살다 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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