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인蘭人을 위하여
- 시집『愛蘭』의 서문
난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난을 기른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함께 산다고 한다.
인격을 부여해 주었기 때문이다.
한 30년 가까이 같이 살아오면서도 나는 아직 난을 잘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간에 지은 난에 대한 빚을 조금이나마 갚고자 한다.
난은 꽃과 향도 좋지만 변함없는 초록빛 잎만도 일품이다.
난은 기다림을 가르쳐 준다.
은근과 끈기를 익히게 한다.
무심에 젖게 한다.
가만히 있어도 난향은 소리없이 귀에 들리고 가슴에 온다.
움직이지 않는 그 춤은 언제나 눈으로 들고 마음에 찬다.
아무래도 나는 식물성이다.
한 포기 풀로 풀만 바라보며 사는 청복을 누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단기 4331(1998)년 한여름에
우이동 洗蘭軒에서
洪 海 里 적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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