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 12

11월을 노래함 - 낙엽

11월을 노래함 洪 海 里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무진무진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지빈하면 어떻고 무의하면 어떠랴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  * 홍해리..

11월을 노래함 - 낙엽

11월을 노래함- 낙엽홍 해 리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무진무진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지빈하면 어떻고 무의하면 어떠랴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 * 홍..

김석규 시집 『누옥을 위한 헌사』 머릿말

이번의 '책머리에'는 畏友 홍해리 詩伯의 옥고를 실어대신한다. 시천詩泉- 曉山 김석규 洪 海 里  나이 들어도 마르지 않는 샘새벽부터 솟아올라 넘쳐 내리는 소리 청청하거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흐르고 흘러때로는 폭포가 되고아이들을 만나면 분수가 되고먼 길 가는 젊은 나그네 목도 축이며머지않아 바다에 이르면갈매기 노랫소리로 수놓은시 바다[詩海]를 이루리라만 편의 시가 출렁이는망망대해 반짝이는 윤슬이여신선한 파돗소리 따라바닷고기들 춤사위 찬란하고하늘도 오색 구름을 피워시인에게 고맙다 고맙다 화답하누나.                2024, 초여름에                  홍 해 리 頓首. 頓首.                                       甲振 盛夏에                ..

시집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 홍해리충북 청원산고대 영문과 졸업(1964)한국문협·현대시협·내륙문학회 회원.현재 성신여고 교사 저서시집 「투망도」(선명문화사 1969)시집 「花史記」(시문학사 1975)시선집 「무교동」(태광문화사 1976)6인시집 「내륙집」(새빛사 1977)2인작품집 「우리들의 말」(삼보문화사 1977)3인시집 「山上詠吟」(금방울사 1979)3인시집 「바다에 뜨는 해」(금방울사 1980) 1980년 9월 20일 초판 인쇄1980년 9월 25일 초판 발행발행처 / 민성사발행인 / 천용숙값1,700원 모두 열 다섯 부로 나뉘어진 이 연작시 「武橋洞」, 대체로 四元素의 상징을 통해 환상적 구성과 문명비판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지와 낱말과 상황을 여러 부분에 산개시킴으로써 의미의 맥락과 전개를 보..

「귀가 운다」 외 3편

귀가 운다 洪 海 里  귀도 외로우면속이 비어 울고 싶어지는가 귓속에 바람이 들어와둥지를 틀었는지 밤낮없이 소리춤을 추며 우니가렵고 간지러워 소리는 들리는데의미는 오지 않는다.- 월간 《우리詩》 2024. 4월호.  귀가 지쳤다 洪 海 里  들을 소리안 들을 소리까지대책없이 줄창 듣기만 했다 늘 문이 열려 있어온갖 잡소리가 다 들어오니그럴 만도 하지 대문을 걸어 잠글 수 없으니칭찬 아첨 욕지거리 비난 보이스피싱까지수시로 괴롭히니 귀가 지쳤다 하루 한시도 쉴 새 없이한평생 열어 놓고 줄곧 당한 귀의 노동이제 귀가 운다.- 월간 《우리詩》 2024. 4월호. ◇ 시 해설감각을 받아들이는 눈은 뜰 수도 있고 닫을 수도 있어서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지만 귀는 늘 열려 있어서 무의식 상태가 아니면 소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