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들녘에 서서 洪 海 里 눈멀면아름답지 않은 것 없고 귀먹으면황홀치 않은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텅 빈 들녘에 서면 눈물겨운 마음자리도스스로 빛이 나네. - 월간 《牛耳詩》 2002. 11월호(제173호) 게재. - 시집 『푸른 느낌표!』(2006, 우리글) * 월간 《牛耳詩》는 2007년 1월 우이시회가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로 바뀌면서 시지의 명칭도 《우리詩》로 변경했음. 시화 및 영상詩 2024.11.28
첫눈 2024 첫눈洪 海 里 하늘에서 누가 피리를 부는지그 소릿가락 따라앞뒷산이 무너지고푸른빛 하늘까지 흔들면서처음으로 처녀를 처리하고 있느니캄캄한 목소리에 눌린 자들아민주주의 같은 처녀의 하얀 눈물그 설레는 꽃이파리들이 모여뼛속까지 하얀 꽃이 피었다울음소리도 다 잠든제일 곱고 고운 꽃밭 한가운데텅 비어 있는 자리의 사내들아가슴속 헐고 병든 마음 다 버리고눈뜨고 눈먼 자들아눈썹 위에 풀풀풀 내리는 꽃비 속에젖빛 하늘 한 자락을 차게 안아라빈 가슴을 스쳐 지나는 맑은 바람결살아 생전의 모든 죄란 죄다 모두어 날려 보내고머릿결 곱게 날리면서처음으로 노래라도 한 자락 불러라사랑이여 사랑이여홀로 혼자서 빛나는 너온 세상을 무너뜨려서거대한 빛그 무지無地한 손으로언뜻우리를 하늘 위에 와 있게 하느니.- 시집 『화사기花史記』(19.. 보도·가곡·문화글판·기타 2024.11.28
강북구민헌장 강북구민헌장 삼각산三角山 맑은 정기가 서린 이곳 강북구는 찬란한 문화유산과 민주 영령들의 숭고한 정신이 깃들어 있는 삶의 터전이자 우리의 고향이다. 이에 우리는 이 고장을 활기차고 살기 좋은 복지도시로 가꾸어 후손들에게 맑고 풍요로운 미래를 물려주고자 구민 모두의 바람을 이 헌장에 밝힌다. 1.개인의 존엄성과 성실한 땀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며, 끊임없이 자기를 개발하고 책임을 다하는 민주구민이 된다.1.이웃을 존중하고 가정과 직장에서 예절과 질서를 지키며 어른을 공경하고 어린이를 사랑하는 사회로 가꾼다.1.자연을 보호하고 문화를 발전시키며 생활주변을 깨끗이하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든다.1.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세계 속의 선진조국을 건설하는데 앞장서는 주역이 된다..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24.11.20
강북구민의 노래 강북구민의 노래洪 海 里 1북한산 밝은 정기 가슴에 안고푸른 꿈 키워 가는 강북 구민들선열들의 충효 정신 이어나가는전통의 고장이다 빛나는 문화 후렴 : 가꾸자 우리 고장 행복의 터로 키우자 강북구를 서울 제일로 2우이천 맑은 물결 마음을 씻어따뜻한 협동 정신 손에 손잡고조상들의 높은 뜻을 받들고 사는예술의 고장이다 수려한 자연 - '우이동 시인들' 제18집『세상의 모든 적들』(1995, 작가정신)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24.11.20
실어증失語症 실어증失語症 洪 海 里얼마나 싫으면 말을 잊는가싫다 싫어 나는 네가 싫다 구름이 말한다그래 그래 나도 네가 싫다 바람이 말한다부모와 자식 사이남자와 여자 사이나와 우주 사이꽃과 나무와 새가 말이었고하늘과 바다와 산이 말이었다밥과 사랑과 미움과 그리움이 말이었다웃음과 울음과 아픔과 기쁨이 말이었다실어증에 걸린 사람들의 눈에는풍경은 흔들리기만 할 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눈을 뜨고 자는 붕어가 말한다세상이란 내 옆에 네가 있고나 아니면 너라고, 아니 우리라고무엇으로 입을 떼어 말문이 트이게 하나모두가 절단났다고 절벽으로 뛰어내리고 있다이제는 절망이라고 울음을 터뜨려도말을 잊은 너는 듣지 못한다한때는 침묵도 멋진 말이었지말하지 않아야 할 것을 얼떨결에 말해도 말이고말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못 말한 것도 말인데싫다.. 『푸른 시간의 발자국』(미간) 2024.11.19
가을의 무게 가을의 무게 洪 海 里 툭,투욱,투둑,떨어지는 저 생명들영원으로 가는 길의 발자국 소리이 가을엔 죽음 같은 것 생각지 말자훤한 대낮에도 별이 보이고바람결마다 무늬 짓는데모든 목숨들이잠깐,아주 잠깐,투명한 소리로 울다일순,서쪽 하늘에 하얗게 묻히고 있다기인 적멸의 계절이 오리라내던져진 빈 그물처럼침묵에 귀를 기울이라영원으로 가는 길은깊고조용하다맑은 영혼으로 닦이고 닦인깊고 조용한 목숨,무겁고 가볍다.- 시집 『푸른 느낌표!』(우리글, 2006) 시화 및 영상詩 2024.11.10
가을 들녘 가을 들녘 洪 海 里 다 벗으니 찬란하구나다 버리니 가득하구나 그 사이 길이 있어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길이 있어그 길로 누가 가고 있다 다 벗고다 버린홀로 가는 이가 있다 들녘은혼자서 가득히 빛나는구나. - '우이동 시인들' 제19집 『저 혼자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1996, 작가정신, 값 3,500원)* 들녘 : 김성중 시인 촬영.(2024. 11. 07) 시화 및 영상詩 2024.11.08
우이동사인방 : 네 마리의 소 / 임보 네 마리의 소 임 보林步 고불古佛 이생진李生珍은 물소포우抱牛 채희문蔡熙汶은 황소난정蘭丁 홍해리洪海里는 들소나 임보林步는 조그만 염소 * 우이동 사인방四人幇의 인물시다.고불은 섬에 미처 늘 물을 떠나지 못한 것이 마치 물소와 같다.포우는 이중섭의 그림 속에 나온 황소처럼 강렬해 보이지만 사실 양순하고,난정은 난과 매화를 즐기는 선비지만 들소와 같은 정력이 없지 않다.나 임보는 굳이 소라고 친다면 보잘것없는 염소라고나 할까.이분들의 아호는 내가 붙인 것이다. - 임보. * 늘 세속 너머를 바라다보고 있는 것 같은 임보 시인, 세속에서 말을 아끼고 그 말을 시로 풀어내는 것 같은 임보 시인은 ‘우이동 시인’ 혹은 ‘북한산의 시인’으로 불립니다.그와 함께 동인으로 모이는 ‘우이동 시인들’(임보, 이생진, 홍해.. 『우이동詩人들』1987~1999 2024.11.08
신작 소시집 「나이 늘고 시는 줄고」/ 《우리詩》 2025. 1월호 월간 《우리詩》 2025년 1월호 신작 소시집 나이 팔십 외 5편洪 海 里 어제만 해도아무렇지도 않던 일오늘 갑자기 할 수 없는 나이그게 팔십이라네. 가난하면 가난에게 감사하고슬프면 슬픔에 고마워하는 나이보이는 대로 볼 수 있고들리는 대로 듣는 나이그게 팔십이라네. 마지막 편지가으내 겨우내 너를 기다리다만나지 못하고 이제 간다고마지막으로 한 자 적어 남긴다 죽을 때까지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라고사날 좋게 살 만큼 살아 보라고 세상에 특별할 게 뭐가 있다고저 혼자 못났다고 우는 것이냐꽃이나 푸나무가 우는 것 봤냐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너요세상의 중심이 바로 너요세상을 세상이게 하는 게 바로 너다. 시비詩碑저 크고 무거운 걸어찌 지고 가려고 가벼운 시 한 편그게 뭐라고 무거운 돌에 새겨세.. 洪海里 詩 다시 읽기 202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