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서』(미간) 400

시작 노트 「나이 늘고 시는 줄고」

월간 《우리詩》 2025년 1월호 신작 소시집 나이 팔십洪 海 里  어제만 해도아무렇지도 않던 일오늘 갑자기 할 수 없는 나이그게 팔십이라네. 가난하면 가난에게 감사하고슬프면 슬픔에 고마워하는 나이보이는 대로 볼 수 있고들리는 대로 듣는 나이그게 팔십이라네. 마지막 편지  가으내 겨우내 너를 기다리다만나지 못하고 이제 간다고마지막으로 한 자 적어 남긴다 죽을 때까지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라고사날 좋게 살 만큼 살아 보라고 세상에 특별할 게 뭐가 있다고저 혼자 못났다고 우는 것이냐꽃이나 푸나무가 우는 것 봤냐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너요세상의 중심이 바로 너요세상을 세상이게 하는 게 바로 너다. 시비詩碑  저 크고 무거운 걸어찌 지고 가려고 가벼운 시 한 편그게 뭐라고 무거운 돌에 새겨세워..

마지막 편지

마지막 편지 洪海 里  가으내 겨우내 너를 기다리다만나지 못하고 이제 간다고마지막으로 한 자 적어 남긴다 죽을 때까지는 죽은 게 아니라 살아 있는 것이라고사날 좋게 살 만큼 살아 보라고 세상에 특별할 게 뭐가 있다고저 혼자 못났다고 우는 것이냐꽃이나 푸나무가 우는 것 봤냐 세상에 가장 중요한 게 바로 너요세상의 중심이 바로 너요세상을 세상이게 하는 게 바로 너다.                                                                * 모든 시작은 어렵다!

11월을 노래함 - 낙엽

11월을 노래함 洪 海 里울며불며 매달리지 마라의초롭던 잎의 한때는 꿈이었느니때가 되면 저마다 제 갈 길로 가는 법애걸하고 복걸해도 소용없는 일차라리 작별인사를 눈으로 하면하늘에는 기러기 떼로떼로 날고 있다한겨울에 꼿꼿이 서 있기 위해, 나무는봄부터 푸르도록 길어올리던 물소리자질자질 잦아들고 있다몸도 마음도 다 말라버려서비상 먹은 듯, 비상을 먹은 듯젖은 몸의 호시절은 가고 말았다무진무진살아 보겠다고 늦바람 피우지 마라지빈하면 어떻고 무의하면 어떠랴어차피 세상은 거대한 감옥너나 나나 의지도 가지도 없는허공의 사고무친 아니겠느냐축제는 언제나 텅 빈 마당파장의 적막이 그립지 않느냐죽은 새에게는 하늘과 땅의 경계가 없듯모든 것이 멀리 보이고나도 이제 멀리 와 있다세상의 반반한 것들도 어차피 반반.  * 홍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