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헌화가獻花歌

洪 海 里 2013. 1. 17. 05:25

헌화가獻花歌

 

洪 海 里

 

 

그대는 어디서
오셨나요
그윽히 바윗가에 피어 있는 꽃
봄 먹어 짙붉게 타오르는
춘삼월 두견새 뒷산에 울어
그대는 냇물에 발 담그고
먼 하늘만 바라다 보셨나요
바위병풍 둘러친
천 길 바닷가 철쭉꽃
바닷속에 흔들리는 걸
그대는 하늘만 바라다보고
볼 붉혀 그윽히 웃으셨나요
꽃 꺾어 받자온 하이얀 손
떨려옴은 당신의 한 말씀 탓
그대는 진분홍 가슴만 열고.

 

     - 시집『投網圖』(1969)

   * 홍해리 시인의 시적 출발은 현실세계에 대한 탐구보다는 심미적

세계의 가치 추구가 우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의 미의식美意識

은 현실적 가치와 심미적審美的 가치가 충돌한 경우, 때로는 비장

悲壯美를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 있는 세계와 있어야

하는 세계를 조화롭게 보려고 하는 우아미優雅美가 우세하다. 그런

면에서 홍해리는 형식적으로는 고전주의자이며, 기질적으로는 낭만

주의자이면서 전통에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찾는 이 새대의 미학

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홍해리의 <헌화가>는 꽃을 꺾어 바친 노인

의 노래인 향가 <헌화가>의 시적 공간과 상황을 충실하게 재현하

고 있다. 거기에 시적심상을 한층 강화하여 연모戀募의 감정을 고

조하고 있다. '짙붉게 타오르는 진분홍 가슴'의 시각적 심상과 '두견

새 울음'의 청각적 심상을 결합하여 화자의 감정을 충실히 보여주면

서 인간의 애정에 대한 욕망을 실증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청

자를 수로부인으로 ㅅ설정하여 시적화자가 지닌 연모의 정을 한층

높이고 있다.

  이 시의 화자는 수로부인의 아름다움 그 자체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수로부인의 내면세계를 그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시에서 '춘삼월

두견새'와 '천 길 바닷가 출쭉꽃'은 자연물일 뿐 아니라 수로부인의

처지를 드러내는 비유比喩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시에서

수로부인의 아름다움을 찬양한 작품들은 대부분 수로부인 설화를

충실하게 재현했다면, 홍해리의 <헌화가>에서는 수로부인의

설화를 확장하는 과감함을 보여 준다. 또한 그 관심의 초점을 수로부

인의 내면으로 전환하여 궁금증을 충폭시켜 풀어내고 있다. <헌화

가>가 변용된 기존의 현대시들이 대부분 원 텍스트에 집착하여 애정

문제에 중점을 두었다면 홍해리의 시에서는 수로부인의 내면內面

집중적으로 탐구하여 여인이 낯선 사내에게 가지는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인간이 지닌 본연의 모습에 충실히 접근하여 독자들의

공감을 느끼게 하였다.

 

- 하경숙, 『한국 고전시가의 후대 전승과 변용 연구』(2012, 보고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