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씹고 세월을 씹지만...
씹지 못하면 죽은 목숨이고 씹을 것이 없으면 죽을 목숨...
... 노시인이 낸 새로운 책은
눈길을 넘어 산골에 배달된 시집 '독종'( 홍해리, 2012 )이다.
...시는 독자가 모여드는 꽃이고 목과 가슴을 적시고 갈증을 풀어주는 물이다...
칠십을 갓 넘은 시인의 가슴은 여전히 유동적이고 생동적으로,
전하는 안과 밖의 얘기는 꽃 향기와 맑은 물처럼 내 빈 틈으로 스며들어 간다.
시집의 이름처럼, 긴 독종의 시대, 이제 돌아서서 보면,
...눈을 버리면서 나는 세상을 보지 않기로 했다. 귀도 주면서 아무것도 듣지 않기로 했다.
마음을 내 마음대로 다 버리니 텅 빈 내 마음이 가득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고, 바보처럼 바보처럼 안고 살았다...
노시인의 슬픈 회고는 사실 이 시대의 아픈 고백인지도 모른다.
그 유동성의 안에서도 일갈하는 독종에 대한 여전한 경고는
이 시대의 젊은이에게 전하는 시대의 양식이다.
가장 무서운 독종은 인간이다. 그들의 눈에 들지 마라...
그들이 눈독을 들이면 꽃은 시들고 잎은 마른다...
독버섯처럼 곱고 아름다운 것이 독종이지만...
아름답지도 않은 독종 그들이 인간이다.
지금도 세상의 물 위에서 놓지 않고 부둥켜 안은 채 떠가는 인간 독종,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인간시대에 독종의 인간 그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부여안은 그것은 무엇일까?
비 오는 날의 우산, 아름다운 아가씨의 진주 목걸이? 아니면 커다란 고무풍선?
노시인의 진언처럼, 우리는 살아 남기 위해 독해야 했던 시대를 건너왔다.
세월이 지난 아직도 남은 독종들이 점령한 이 시대,
추해야 했던 시대의 독종들이 여전히 줄과 끈에 매달려 깃발을 들고 있는 지금,
독종이 아닌 사람들이 다시 번성하는 우리 인간의 시대는 언제일까?
하지만 노시인은 다시 도인이 되어 덤덤담담히 얘기한다.
배고프면 밥 먹고 목 마르면 물 마신다.
바람 불면 귀를 열고 눈 내리면 부처 된다.
졸리면 자고.....보고프면 만나고 아니면 그만이다......
뒤진들 어떻고 뒤처진들 어떠랴...
서두를 것 하나 없다 마음이 집이고 절이니...
세상에 죽고 못 살 일이 어디있나?
봄 여름 가을 겨울처럼 변화하는 세월에서 오천년을 이어온 이 나라 하류 사람들의 역사는 바로 이러한 무위자적한 삶,
그동안 바쁘게 살아오면서 잊어버린 우리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이는 홍해리시인이 제시하는 우리사회가 가야 할 행복한 성지의 모습일 것이다.
- 임진년 섣달에 노민석.(2013. 2. 7. Facebook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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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소운 孫素雲 (시인)
2013.02.24 20:03
'사람이어서 시인은 시로써 인류의 정신을 일깨워 나가는 시인是人이어야 한다'는 말씀을 되새겨 보면서
가슴 한복판에 맞아 보는 황금화살의 파르르 떠는 느낌을 느껴 봅니다.
신작시집 '독종' 읽으면서 96쪽 '오, 세상 사람들' 가운데 이 사람도 첫 행 둘째, '귀머거리'로 존재감을 느끼며 위안을 받습니다.
그러나 '쉿!', 기를 모아 두드리고 두드리고, 벼리고 벼려 칼을 쓰지 않고도,
아름다운 언어의 꽃을 잘라내는 거룩한 순간을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시집 '독종 29쪽) 그런가 하면 (시집 '독종' 31쪽 가운데) '물소리에 마음 닦고 바람으로 귀를 채우며/ 자락정自樂亭이라 이름했다 한다'의
넉넉낙낙 풍류를 생각해 봅니다.
머지않아 세란헌 뜰에도 매화나무에 새촉이 돋아나겠지요 (26족 '봄밤의 꿈') 꾸어 봅니다.
백목련이 도란도란
달빛과 놀고 있고,
가지 사이 달물이 흥건히 흘러들어
젖꼭지 불어터지라고
단내 나라고
바람은
밤새도록 풀무질을 하고 있었나 봐
삼각산 위에 떠 있는 뽀얀달
졸린 눈을 끔벅이고 있어,
며칠인가 했더니
여월如月 보름.
(시집 '독종' 가운데 제26쪽 '봄밤의 꿈')
요즘 느슨했던 마음과 생각에 보내주신 귀한 시집 '독종'에 실린 좋은 시들을 읽으며 생기가 돋아나는 듯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시집 '독종'이 갈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일용할 양식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늘 건강하셔서 좋은 시 쓰시며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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