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변잡기·洪錫珉 기자

명주 이야기

洪 海 里 2013. 5. 8. 04:38

 <명주 이야기>

로열 살루트 50년 / 1호는 힐러리 경에게, 77호는 엄홍길에게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대관식이 열리던 날 영국의 위스키 명가 ‘시바스 브러더스’는 ‘로열 살루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200년 이상 축적해 온 위스키 생산 기술을 집약해 빚어낸 명품 위스키가 세상에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그 뒤 반세기가 흐른 2003년 6월. 시바스 브러더스는 엘리자베스 여왕 즉위 50주년을 맞아 특별한 위스키를 만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255병만을 한정 생산한 ‘로열 살루트 50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시바스 브러더스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 50주년 10년 전인 1993년, 40년 이상 숙성된 원액만을 모아 특별한 블렌딩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렇게 블렌딩 된 원액을 다시 10년 동안 ‘코로네이션 캐스크’ 오크통에 담아 숙성시켜 로열 살루트 50년을 만들었다. 콜린 스캇 로열 살루트 마스터 블렌더는 “이런 블렌딩은 스카치위스키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이라며 “위대한 위스키를 만들겠다는 시바스 브러더스의 장인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특별한 위스키답게 겉모습도 화려하다. 로열 살루트 50년 병은 최고연산 제품의 위엄을 자랑하듯 영국의 유명 도자기 브랜드인 ‘웨이드’의 최고 장인이 만들었다. 짙은 푸른 빛깔의 도자기병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위스키의 가치를 더한다.

  라벨도 화려하다. 로열 살루트 50년 라벨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권위를 상징하는 왕실 사자가 정통 예포를 양 옆에서 지키는 모양이 장식돼 있다. 수공예로 순은과 순금을 이용해 만든 이 라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는다. 마개 역시 순금과 순은으로 만들어졌다. 여기에 각 병에는 고유 번호를 새겨 희소성을 더하고 명품의 품격과 권위를 입혔다.

  위스키 자체의 가치도 뛰어나다. 풍부한 과일 향과 부드러운 스모키 너트 향이 조화를 이뤄 어떤 위스키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상의 맛을 자랑한다.
  ‘최고의 명예와 성공에 바치는 최고의 찬사’라는 의미에 걸맞게 위스키 주인도 화려하다. 시바스 브러더스는 2003년 이 위스키 1호를 1953년 세계 최초로 당시 인간 도전의 한계로 여겨졌던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한 에드문트 힐러리 경에게 헌정했다.

  국내에도 이 최고의 위스키를 헌정 받은 인물이 있다. 한국인 최초 히말라야 8000m 고봉 14좌를 차례로 정복한 산악인 엄홍길 씨가 주인공이다. 로열 살루트는 끊임없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 ‘로열 살루트 장인상’과 함께 로열 살루트 50년 77호를 2003년 엄 씨에게 헌정했다.

  출시 당시 가격은 약 1만 달러(약 1100만 원). 하지만 그 상징성과 희소성으로 지금 가치는 출시 당시 금액보다 훨씬 높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동아일보 2011. 5. 27.(금)



<명주 이야기>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
- 6년 공들여 세계 단 한 병~~~ 5억원 훌쩍

위스키도 예술품의 경지까지 오를 수 있다.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는 위스키가 어느 정도까지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준다. 1824년 설립돼 싱글몰트 위스키로 널리 알려진 위스키 명가 맥캘란이 유럽 최고의 프랑스 유리 공예 업체 ‘라리끄’와 6년 동안 만든 단 한 병의 위스키가 바로 지난해 3월 첫선을 보인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다.

라리끄는 맥캘란을 위해 그들의 자랑인 서퍼듀 수공예법으로 예술작품 못지않은 맥캘란 디캔터를 만들었다. 서퍼듀 수공예법은 라리끄 창시자인 르네 라리끄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특별히 고안된 공예법으로 고대 주조 기법을 활용해 표면에 분할선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라리끄는 스코틀랜드에 있는 맥캘란 증류소 ‘이스터앨키스 하우스’의 아름다운 경관에서 영감을 받아 예술품의 경지에 오를 정도의 이 위스키를 만들었다.

위스키 자체도 특별하다.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는 맥캘란이 오랫동안 숙성시킨 1942년과 1945년, 그리고 1946년산 셰리 오크통의 원액을 섞어 64년산 빈티지로 만들어 뛰어난 품질을 자랑한다. 여기에는 최고 수준의 셰리 오크통을 사용하기 위해 오크통 제조 전문 인력을 두고 나무심기 단계부터 관리해 온 맥캘란의 모든 기술이 집약됐다.

미학적 가치만큼 값도 상상을 초월한다.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는 지난해 4월 프랑스 파리를 시작으로 스페인, 영국, 러시아, 홍콩 등 10개국에서 전시를 마친 뒤 11월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46만 달러(약 5억200만 원)에 낙찰돼 놀라움을 줬다. 기존 맥캘란의 ‘맥캘란 파인 앤드 레어’가 보유했던 자사 제품 최고가 7000만 원보다 7배 이상 비싸다.

미니어처도 비싼 몸값을 자랑한다. 맥캘란은 100mL 미니어처 8병을 만들어 국내에도 한 병을 선보였다. 미니어처 판매를 위해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위스키 경매가 진행됐고 당시 700만 원에 팔리며 미니어처 판매 최고가 기록도 세웠다.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의 가치는 높은 값 때문만은 아니다. 맥캘란은 위스키와 미니어처 판매로 얻은 수익금 전부를 자선단체인 ‘채리티: 워터’에 기부해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개발도상국에 식수를 공급하는 일에 쓰이도록 했다. 맥캘란 관계자는 “물이 위스키에 가장 중요한 3가지 원료이기 때문에 물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맥캘란이 이곳에 기부한 것”이라며 “맥캘란 라리끄 서퍼듀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위스키”라고 말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 동아일보 2011. 6. 24.

 


 

<명주 이야기>

싱글몰트 ‘발베니 피티드 캐스크 17년산’
- 100% 손으로 빚은 지구상의 ‘딱 6000병’

손끝에서 나오는 미묘한 차이가 가치를 가른다. 장인의 손길을 거친 제품이 흔히 명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발베니는 장인정신을 바탕에 둔 위스키 업계의 명품이다. 수제 프리미엄 싱글몰트 위스키 브랜드 발베니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자신만의 위스키 제조 방식을 고스란히 지켜오고 있다. 1892년 첫 증류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전통 수제 방식을 고집하며 위스키를 만드는 곳이 바로 발베니다. 100% 수제로 만들� 생산량이 적고 효율성도 낮지만 그 맛은 깊을 수밖에 없다.

글렌피딕의 성공을 이끈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평생을 바쳐 브랜드의 가치를 키운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는 보리 경작에서 몰팅, 병입, 라벨링까지 위스키 제조의 전 과정이 사람의 손으로 이뤄진다. 그것도 평범한 사람의 손이 아니다. 4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인들이 제조 과정을 책임진다.

그런 발베니가 매년 한정판으로 출시하는 시리즈가 있다. ‘발베니 17년산’이 그것이다. 보통 위스키는 12년, 17년, 21년산으로 이뤄지는데 17년산 위스키는 대개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베니는 17년산 위스키를 매년 한정판으로 출시하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발베니 17년산 시리즈는 데이비드 스튜어트가 직접 고른 오크통에서 소량만 출시되는 한정판으로 매번 새로운 시도를 거쳐 탄생한다. 특히 한번 생산된 시리즈는 다시 만들지 않기 때문에 희소성이 크다. 그러니 이름만으로도 위스키가 탄생된 과정까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각각이 갖는 의미가 깊다.

지금까지 출시된 발베니 시리즈는 7개. ‘발베니 피티드 캐스크’를 비롯해 마데이라 와인을 담았던 오크통에 숙성시킨 원액을 사용해 만들어진 ‘발베니 마데이라 캐스크’ ‘발베니 아일레이 캐스크’ ‘발베니 뉴오크’ ‘발베니 럼캐스크’ 등이다.

이 가운데 ‘발베니 피티드 캐스크 17년산(사진)’은 세계적으로 6000병만 한정 생산된 위스키로 지난달 ‘2011 스카치위스키 품평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부드러운 꽃향기와 섬세한 스모키향이 꿀, 바닐라 맛과 조화돼 고급스러움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는 5월 120병이 들어왔다. 값은 25만 원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치는 더 오른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출시되자마자 판매가 완료된 ‘발베니 피티드 캐스크 17년산’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해 30병 정도 더 수입할 예정이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동아일보 2011. 7.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