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길
洪 海 里
길이라곤 오직 벽뿐이어서
아니면 살아 있는 나무들이라서
담쟁이는 타고 오를 수밖에 없다
밤낮없이 수직으로 기어가는 길
높을수록 바람은 거세지만
타고 오르는 힘은 더욱 푸르다
하늘이 머리 위에 있으니
숨차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바람아 불어라
흔들리는 하늘길
홀로 가는 곳
길은 늘 시작이다
끄트머리는 끝의 머리이기 때문
입때껏 바람결은 부드러웠지만
벽이란 것은 쩌개지고
나무는 눈 바람에 꺾이기 마련
담쟁이는 맨발이라서 하늘에 오를 수 있다
너도 맨 정신이면
하늘에 닿을 수 있으리라
느릿느릿 천천히 맨발로 가거라
아득한 끄트머리를 위하여
그러나 벽아 또는 나무야
너를 타고 오르는 내가 미안하다.
* http://blog.daum.net/jib17에서 옮김. 담쟁이가 쓴 '시'자가 보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