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시> 상사화

洪 海 里 2013. 8. 9. 21:02
상사화

 

洪 海 理

 


 
내가
마음을 비워 네게로 가듯
 
너도
몸 버리고
마음만으로 내게로 오라

너는
내 자리를 비우고

나는
네 자리를 채우자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마음의 끝이 지고
산그늘 강물에 잠기우듯

그리움은
넘쳐 넘쳐 길을 끊나니
저문 저문 저무는 강가에서

보라
저 물이 울며 가는 곳
멀고 먼 지름길 따라

곤비한 영혼 하나
낯설게 떠도는 곳!

 

 
 
  * 감사의 글 / 박찬숙

 


어느 아주 초라한 시골의 뒤엄진 담벼락에
고고히 펴있는 상사화 한무더기를 보았습니다.
간 밤 내린 비에 온 몸이 젖어도 떨지않는 수줍음과 당당한 그리움으로 빗물을 이슬처럼 머금고

거기 그 자리에 함초롬히 펴 있었습니다.
수 천년
수 만년
아니,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결코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는 꽃~
그 애잔한 그리움 하나 가슴에 품고
햇살 진한 여름날 밤에 꽃보다도 더 꽃을 아는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제 귀를 울렸습니다.

"오명가명
만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

터엉~
텅~~
해머로 뒷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한마디!
'우리가 가는 길이 하나이기 때문'이라는 시인의 위로의 한마디..
왈칵~~
울음이 쏟아지고
지리한 장맛비를 핑계삼아 펑펑 울 수가 있었습니다.
수 십년의 세월을 그리워하면서도 서로 맞닿지 못할 평행선같은 그리움이 일순간에 사라지고
같은 맘,
같은 생각,
같은 뜻으로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어
'곤비한 영혼'이라 할지라도
'멀고 먼 지름 길 하나'
앞서거니 뒷서거니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버리지 못한 미련한 그리움이 사라지고 승화되어진 아픈 사랑 하나 꽃 피워졌습니다.

장맛비가 지리하여 고통이어도
염천 하늘의 햇살이 서러워 기승을 부려도
함초롬히 이슬먹은 승화된 사랑 하나 꽃 피워진
이 여름은 쪽빛 머금은 모시 한자락 걸쳐입은 나그네의 비워진 마음입니다.

귀한 시에 감사드립니다.

2013. 07. 05. 20. 00
운장산 산그늘 진 그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