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최승범 선생과 문병란 선생의 '독종'에 관한 글

洪 海 里 2013. 8. 1. 17:17

 

* 최승범

 

송풍수월의 즐거움이시길 비오며~~~.

2013. 7. 28.

최승범 절.

 

일간에도

청안하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어제 오늘

사백님의

『독종』으로 하여

한더위도 잊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시가 죽어야 시가 산다>

의미심장한 시론,

「독종」,

못된 종자에 대한 패러독스

「난과 수석」의 우정을

새기며 읽었습니다.

 

 

* 문병란 시인

 

홍해리 시인께,

《우리詩》'명예회원' 초청글에 이어 보내주신 閑雲野鶴 님의『독종』,

귀한 시집 보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自序와 '시의 길, 시인의 길', 후학들을 위한 시로 쓴 시론 같은 '창작론',

제게도 많은 깨우침과 반성의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눈 비비고 거듭거듭 들여다보며 무딘 감성과 잠든 詩魂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산책은 산 책이다

  돈을 주고 산 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책이다.

        -「산책」전부분

 

   Wit만이 아니라 閑雲野鶴만이 이 대자연을 자신의 冊으로 독파할 수 있는 자격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오랜 수련 끝에 얻어진 귀한 시편으로 여겨집니다.

  말장난이 아니라 우리들의 무딘 감성을 한꺼풀을 벗겨 주는 큰 깨달음을 줍니다.

 

  귀로 봐도 책하지 않는 책

  책이라면 학을 떼는 사람도

  산책을 하며 산 책을 펼친다

              - 「산책」의 중반부

 

  責望과 責(責하지 않는 冊) …,

  '買(사다)'에서 살아 있는 싱그러운 자연으로 공해 같은 雜書가 아니라

'사색으로 가는 깊은 길'을 따라 자연경'自然經'을 이릭는 '느릿느릿',

'한 발 한 발' 詩仙이 죄어가는 그 경지를 감동으로 받아드립니다.

 

  시는 감동입니다. 그 감동은 강요해서 일어나는 그런 웅변이나 논설이나

주장이 아니라 관조 속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감흥입니다.

  시의 어려움이나 다른 글과의 차별성이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주장하고 강요하고 심지어 윽박지르고 더구나 우리말로 쓴 글이로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난삽難澁한 글들, 마치 초대를 해 놓고서

아간 집의 현관문, 창문, 뒷문, 모든 문을 꼭꼭 닫아놓고 들어오란 격이니

그 비밀의 집, 호의 집을 무슨 재주로 들어갑니까?

  '열쇠'도 주지 않으면서 열고 들어오라는 격이어서 끙끙대다 투덜대다

돌아서기 마련입니다.

 

  시를 쓰지 마라. 시를 죽여라

  시를 쓰면 시는 없다

  시가 죽은 자리에 꽃이 핀다

  죽어야 사는 것이 바로 시다

 

  사랑을 나누는 일도 그렇다.

        - 「시가 죽어야 시가 산다」

 

  '시는 쉽고 짧고 재미있어야 한다'는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시의 원리, 창작의

윈리, 창작의 비밀까지도 적어 놓아 학습 교재, 수신 교재의 교과서적인 말씀이

가득합니다.

 

  시인아!

  詩를 버려라. 연연한 마음속에

  이미 시는 없고

  부드러운 혀 끝에 박힌 가시

  천년의 如意珠는 깨어졌다

 

  보다 뜨거운 가슴을 위하여

  보다 피아픈 운율을 위하여

  시인아 시를 버려다

  시안이 詩를 배반하여라

 

  그대 교과서 속에서

  그대 애인의 눈동자 속에서

  진정 그대 시집 속에서

  죽어가는 詩의 껍질을 버리고

  정수리를 퉁기는 까시가 되라

  복판으로 날아가는 창끝이 되라

   - 문병란,『땅의 戀歌』(창비시선,1981),「詩」의 끝부분

 

  아직은 객기와 참여의 열기가 있던 시절의 저의 시에서도 '버려라' 했던

그 마음처럼 '죽여라', 그래야 산다는 '逆說의 시론', 귀 익혀 들어야 할 창작강의가

아닌가 합니다. 拙詩 인용 사죄합니다.

 

  무덥고 지루하고 재미없는 2013년 여름 詩伯님의 시집 속에서 쭉정이도

객기를 많이 버리고 한운야학의 그 경지, '西湖 主人 林逋처럼' 자유인으로

유유자적하는 그 경지, 넘보는 심정으로 많이 배우겠습니다.

  설익은 여담 많이 용납하여 주십시오.

 

 2013. 7. 27일

광주에서,

小生 문 병 란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