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化된 洪海里

동안불童顔佛‧대불代佛 / 정 웅(시인)

洪 海 里 2013. 10. 23. 11:25

          동안불童顔佛대불代佛

 

  정  웅

 

 

1

청명한 가을날이었습니다.

전날, 점심약속을 드렸기에

수유역에서 전화를 드리고

쉽게 찾을 듯싶었으나

다시 전화를 드려 수선을 피웠습니다.

 

<詩壽軒>앞에 나와 계셨지요.

-<代佛>*이셨습니다.

가득한 책들과 은은 향내를 맡으며

林步선생님께 인사를 올렸지요.

-<童顔佛>*이셨습니다.

 

2

빠가사리 매운탕이었습니다.

맵고 짠 듯싶어 민망하였습니다.

백세주 한 잔 못 올리고

청주 한 병, 저만 홀짝하였지요.

(참으로 결례를 하였습니다)

 

처음 뵈며 말도 많았습니다.

감히,

퇴직 후, 노년생활에 보람 운운. 즐기며

또 경제적이기에 시에 관심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3

문병을 이유로 황망히 나왔습지요.

오늘 아니면, 다시 못 볼 것 같은 조바심에

친구를 보러 몇몇이 인천을 갔었습니다.

문병은 갔지만 위로는 제가 받았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진복자였습니다.

낯술을 많이 했습니다.

 

4

새벽입니다.

<대불>께서 주신 시선집『시인이여 詩人이여』를 펼쳤습니다.

<孤雲野鶴의 시를 위하여>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를 못했습니다.

"시인은 이름으로 말해서는 안된다...

...舛駁하거나 淺薄한 유명 시인이 되면 무얼 하겠는가?"

時/是/詩, 시인을 필사하면서

아득히는,

수도자적 마음가짐을 놓지 않겠다는

<동안불>에 엄살 아닌, 어리광을 부립니다.

日日是好日

(정웅 올림)

 

*오래 전, 세례 때 神父님과 代父님이 연상되었습니다. 혹여 <代佛>?

*조계사 경내 ‘천진불(을 보신다면?)’처럼 동안이셨습니다. <童顔佛>?

 

 

***

시월 사일날 두 분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보살님 같은 편안함에 제멋대로 말이 많았습니다.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어 올립니다.

너그러웁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