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안불童顔佛‧대불代佛
정 웅
1
청명한 가을날이었습니다.
전날, 점심약속을 드렸기에
수유역에서 전화를 드리고
쉽게 찾을 듯싶었으나
다시 전화를 드려 수선을 피웠습니다.
<詩壽軒>앞에 나와 계셨지요.
-<代佛>*이셨습니다.
가득한 책들과 은은 향내를 맡으며
林步선생님께 인사를 올렸지요.
-<童顔佛>*이셨습니다.
2
빠가사리 매운탕이었습니다.
맵고 짠 듯싶어 민망하였습니다.
백세주 한 잔 못 올리고
청주 한 병, 저만 홀짝하였지요.
(참으로 결례를 하였습니다)
처음 뵈며 말도 많았습니다.
감히,
퇴직 후, 노년생활에 보람 운운. 즐기며
또 경제적이기에 시에 관심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3
문병을 이유로 황망히 나왔습지요.
오늘 아니면, 다시 못 볼 것 같은 조바심에
친구를 보러 몇몇이 인천을 갔었습니다.
문병은 갔지만 위로는 제가 받았습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진복자였습니다.
낯술을 많이 했습니다.
4
새벽입니다.
<대불>께서 주신 시선집『시인이여 詩人이여』를 펼쳤습니다.
<孤雲野鶴의 시를 위하여>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를 못했습니다.
"시인은 이름으로 말해서는 안된다...
...舛駁하거나 淺薄한 유명 시인이 되면 무얼 하겠는가?"
時/是/詩, 시인을 필사하면서
아득히는,
수도자적 마음가짐을 놓지 않겠다는
<동안불>에 엄살 아닌, 어리광을 부립니다.
日日是好日
(정웅 올림)
*오래 전, 세례 때 神父님과 代父님이 연상되었습니다. 혹여 <代佛>?
*조계사 경내 ‘천진불(을 보신다면?)’처럼 동안이셨습니다. <童顔佛>?
***
시월 사일날 두 분 선생님을 처음 뵈었습니다.
보살님 같은 편안함에 제멋대로 말이 많았습니다.
주저하다가 용기를 내어 올립니다.
너그러웁소서!
'詩化된 洪海里'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의 곁에서 · 10 (0) | 2019.01.17 |
---|---|
난불蘭佛 - 洪海里 / 나병춘(시인) (0) | 2018.05.23 |
<시> 홍해리 시인 / 채희문(시인) (0) | 2013.03.04 |
* Art · Artist / 계간《리토피아》2012 겨울號 (제48호) (0) | 2013.01.13 |
[스크랩] 자송 (0) | 2009.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