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탈옥 -치매행 39

洪 海 里 2014. 2. 28. 06:14

탈옥

- 치매행致梅行 · 39

 

洪 海 里

 

 

 

네댓 살 소녀랑 외출을 합니다

두셋 서넛 지나 너더댓입니다

버스 옆자리에 꼭 붙어앉습니다

손을 잡고

팔짱을 낍니다

닭살입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지쳐

돌아오는 길에 막걸리 세 병을 삽니다

한 병 두 병 세 병 마시고 나면

세상이 둥글어집니다

모든 게 평안하게 굴러갑니다

아내에게 저녁을 줬는지

약을 챙겨 주었는지도 기억이 없습니다

때로는 먹는 것도 잊어먹는 것이 행복합니다

닭살이 닭의 살인지도 모르는 게 좋습니다

나는 나도 잊어버리는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늘 미수에 그치고 마는 탈옥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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