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옥脫獄
- 치매행致梅行 · 39
洪 海 里
네댓 살 소녀랑 외출을 합니다
두셋 서넛 지나 너더댓입니다
버스 옆자리에 꼭 붙어앉습니다
손을 잡고
팔짱을 낍니다
닭살입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지쳐
돌아오는 길에 막걸리 세 병을 삽니다
한 병 두 병 세 병 마시고 나면
세상이 둥글어집니다
모든 게 평안하게 굴러갑니다
아내에게 저녁을 줬는지
약을 챙겨 주었는지도 기억이 없습니다
때로는 먹는 것도 잊어먹는 것이 행복합니다
닭살이 닭의 살인지도 모르는 게 좋습니다
나는 나도 잊어버리는 바보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늘 미수에 그치고 마는 탈옥을 시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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