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겨울 바람 - 致梅行 · 54

洪 海 里 2014. 3. 4. 20:57

겨울바람

- 致梅行 · 54

 

洪 海 里

 

 

 

한평생 십리 백리 걸어온 길이

뒤로 아득합니다

끝이 없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안에도 밖에서도 나는 없었습니다

나는 세월을 배반해 왔습니다

변명이 아닙니다

이제 눈 내리는 낮을 지나

바람 부는 가장 먼 밤으로 떠납니다

일보 일배의 오체투지

나 그렇게 그대에게 가리라 다짐합니다

몸의 기가 막히지 말아야 합니다

기막히게 좋은 것이 생이란 걸 아는, 나는

비잠주복들처럼 오늘도 여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