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꿈
- 치매행致梅行 · 60
洪 海 里
연꽃 피었는데
귀먹은 부처님 소식 없습니다
시끄러운 진흙 밭
꽃은 허공만 바라다봅니다
한 발 떼지 못하고
날빛처럼 속절없는, 아득함
버들가지에 걸어놓고
물잠자리 떼 지어 칼날 번쩍이다
다들 떠나가고
물속 그늘 바랜 지 오래
찢어진 잎들이 무작정 날아오르고
꺾인 줄기 진흙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이름마저 지워 버린 호수
한눈파는 사이
팍 세어 버린 오지 않은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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