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가을의 꿈 -致梅行 60

洪 海 里 2014. 3. 6. 04:59

가을의 꿈

- 치매행致梅行 · 60

 

洪 海 里

 

 

연꽃 피었는데

귀먹은 부처님 소식 없습니다

 

시끄러운 진흙 밭

꽃은 허공만 바라다봅니다

 

한 발 떼지 못하고

날빛처럼 속절없는, 아득함

버들가지에 걸어놓고

 

물잠자리 떼 지어 칼날 번쩍이다

다들 떠나가고

물속 그늘 바랜 지 오래

 

찢어진 잎들이 무작정 날아오르고

꺾인 줄기 진흙 속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이름마저 지워 버린 호수

한눈파는 사이

팍 세어 버린 오지 않은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