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선물
- 치매행致梅行 · 61
洪 海 里
평생 시를 쓴다면서 제대로 쓴 시 한 편 있느냐
아내의 야단에 나는 야단받이가 되고 맙니다
당신이 시랍시고 깨적거린 것이 어디 시냐
이제 제대로 시다운 시 한 편 보여 달라고
아내는 말문을 닫고 꾸중, 꾸중입니다
한평생 시 쓴답시고 노는 꼴 가관이라고
봐도 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난리가 아닙니다
그래 아내는 날보고 명령, 명령입니다
이것이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 믿습니다
아프게 주는 마음 어찌 받을까 걱정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이제까지 그랬습니다
시단이란 델 주린 개처럼 기웃거리지 않았습니다
하이에나처럼 껄떡대며 킁킁거리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아내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한 편 짓겠습니다
함함한 새끼 한 마리 아내에게 안겨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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