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어두운 봄날 -致梅行 69

洪 海 里 2014. 3. 11. 19:51

어두운 봄날

- 치매행致梅行 · 69

 

洪 海 里

 



우주가 가볍게 떨리더니

드디어 양수가 터지고 있습니다

땅속에서 씨앗들, 파릇파릇

불처럼 솟아오르고 있습니다

비린내 나는 산 것들마다

황홀한 꽃길 열겠다고 야단입니다


생살 터지는 아픔도 아름답다고

난리가, 난리가 아닙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렇지 않은 것은

봄이 와 꽃 피는 것도 모르는 사람,

 

하나, 내 곁에 있습니다

해서, 이 봄이 마냥 어둡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