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어른유치원 -致梅行 71

洪 海 里 2014. 3. 12. 04:34

어른유치원

- 치매행致梅行 · 71

 

洪 海 里

 

 

 

오늘은 아내가 유치원에 가는 날입니다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던 때가 생각납니다

어린아일 물가에 내보내는 심정입니다

묻고 또 묻고 대답하고 또 대답하고

답답해서 환장할 것 같아

퉁명스럽게 답하고 소리 지르고

혼자 화가 나 식식거리다 제풀에 죽습니다

아니야,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야

스스로 다독이며 위로하고 숨을 고릅니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

생존일 뿐이야

산다는 것은 빛과 그늘을 엮어 무늬를 짜는 거야

어둠뿐인 세상은 아무 무늬가 없어

조금이라도 빛이 있는 곳에서 그늘을 보라고

처음으로 아내를 유치원에 보내는 날입니다

안 가, 안 갈 거야, 혼자서는 안 가

팔려가는 송아지 발걸음으로

차에 오르는 소띠 아내의 선한 눈빛에

얼른 발길을 돌리고 마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