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유치원
- 치매행致梅行 · 71
洪 海 里
오늘은 아내가 유치원에 가는 날입니다
딸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던 때가 생각납니다
어린아일 물가에 내보내는 심정입니다
묻고 또 묻고 대답하고 또 대답하고
답답해서 환장할 것 같아
퉁명스럽게 답하고 소리 지르고
혼자 화가 나 식식거리다 제풀에 죽습니다
아니야, 아내는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야
스스로 다독이며 위로하고 숨을 고릅니다
이건 사는 게 아니야
생존일 뿐이야
산다는 것은 빛과 그늘을 엮어 무늬를 짜는 거야
어둠뿐인 세상은 아무 무늬가 없어
조금이라도 빛이 있는 곳에서 그늘을 보라고
처음으로 아내를 유치원에 보내는 날입니다
안 가, 안 갈 거야, 혼자서는 안 가
팔려가는 송아지 발걸음으로
차에 오르는 소띠 아내의 선한 눈빛에
얼른 발길을 돌리고 마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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