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손공功 - 치매행致梅行 · 88

洪 海 里 2014. 3. 24. 04:52

손공

- 치매행致梅行 · 88

 

洪 海 里

 

 

 

 

 

춤을 추듯 서로 번갈아 가며

발이 발을 씻고 닦는 것을

두 손이 물끄러미 내려다보고 있다

탁족濯足의 맛이야 달아났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는 짓거리

그게 아니올씨다 하는 표정이지만

허리를 굽히지 못하니

어쩔 수 없다

손이 하는 일이 많이 줄고

손이 못 하는 일이 많이 늘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손을 종처럼 부리지 않았던가

힘들어도 울지도 못하는 종

소리 없이 궂은일은 도맡아 하는

가장 더럽고 가장 깨끗한 손

가장 추악하고 가장 성스런 손

한심한 듯 한숨 놓고 있는 손

백년객百年客이 아닌 나의 종인 내 손

아내는 앞을 가리키는 오른손이었고

햇빛을 가려 주는 왼손이었다

아내는 나의 두 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