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이름이 뭐더라!
- 치매행致梅行 · 90
洪 海 里
휴대전화를 냉장고 안에 넣어 놓고
줄곧 찾는다는 여자
버스 타고 나서 놓고 온 지갑을 찾는 사내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무릎 뒤쪽은 오금 또는 뒷무릎
팔꿈치 안쪽은 팔오금이라 하는데
어깨 안쪽 털이 난 곳을 뭐라 하지
'겨드랑이'가 어딜 가 숨어 있는지
사흘 낮 사흘 밤을 쥐어짰는데
다음 날 또 잊어버렸다
조금 전 그 사람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손에 든 물건의 명칭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 함께 술 마신 친구도 누군지 모르겠다
방금 들은 것도 금방 잊어버리고
한 말 할 말도 기억나지 않는다
시끄러운 세상이 싫어서일까
조용히 살고 싶어서일까
한적한 시골에 배꼽마당이라도 마련하고
마음껏 거닐며 놀아나 볼까, 그런데
그곳이 어디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오래된 나의 오늘이 깜깜하기 그지없다.
- 시집『독종』(2012, 북인)에서 재수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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