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시> 접接 - 치매행致梅行 · 153

洪 海 里 2015. 3. 14. 05:04

- 치매행致梅行 · 153

 

洪 海 里

 

 

 

살구나무 대궁을 잘라내고

옆구리를 쪼개

매화 가지를 빚어 꽂고

칭칭 동여매면

살구나무가 매화를 품고

젖을 물린다

땅속에서 뽑아 올린 맑은 젖

그 힘으로

매화는 하늘로 솟구치는 것이다

오목눈이가 저보다 덩치가 더 큰

뻐꾸기 새끼를 기르듯

살구나무는 매화를 키워

청매실을 주렁주렁 다는 것이다

사람도 이렇게 접을 붙일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가슴속 깊은 바닥

까맣게 타 눌어붙은 아픔도

한 송이 꽃으로 피워낼 수 있으련만!

 

 

 

   * 단지 몸과 몸이 붙어 우연히 이루어진 게 아니다. 주렁주렁 달린 열매만큼 많은 접촉接觸의 밤낮을 지나왔다.

눈물과 웃음으로 걷다 보니 이제는 내가 당신에게 가서 붙었는지 당신이 내게 와 붙었는지 알 수 없다.

망각의 세월을 건너다 문득 더듬어보는,  접의 만남 혹은 접의 시간이다.

 

  신접新接의 몸짓은 아니어도, 은밀하게 품었던 말 한마디 슬그머니 꺼내며 산다.

가만히 손잡고 접붙이는, 늙어도 여전히 예쁜 당신! 이 고백에는 금세 꽃으로 핀다.

?으로 처음 만난 우리는 함께 부대끼는 접의 시간을 더 간절하게 읽을 때다.

가지와 잎이 변하고도 꽃의 마음을 간직해야 한다.

   - 금 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