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시> 새벽 네 시 - 치매행致梅行 · 155

洪 海 里 2015. 4. 2. 08:27

새벽 네 시

- 치매행致梅行 · 155

 

洪 海 里

 

 

새벽 네 시

아내가 2층으로 올라갑니다

불 꺼진 방으로 올라갑니다.

 

"어디 가? 내려와!"

"얘, 어디 갔어?"

"걔, 여기 없어, 제 집에 있지!"

아내는 딸애가 시집간 것도 모릅니다.

 

엊그제 딸이 잠깐 들렀을 때

아내는 껴안고 난리가 아니었습니다

딸이 제 방으로 올라가자

"쟤, 누구야?" 하던 아내,

 

정신이 난 것인지

정신이 든 것인지

딸애가 시집간 지 석 달인데

아내는 문뜩 딸을 찾습니다.

 

"이제 여기 안 살아, 제 집에 살아!"

알아들었는지 모르는지

그 말에 또 침묵 속으로 침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