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전쟁
- 치매행致梅行 · 92
洪 海 里
거기 또 가야 해?
거긴 왜 가?
거기 왜 가야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똑같은 질문입니다
되풀이되는 일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옷 갈아입고
화장해 달라고 2층 딸애 방으로 올라갑니다
가고 싶지 않아?
가지 않을 거야?
대답은 없습니다
소풍 가는 초등학생처럼
들뜨고 설레고 안절부절 초조합니다
서둘러 화장실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고
'아이 씨, 아이 씨', 하는 말이
입에 달렸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I see, I see!'로 들립니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아내가 내 속을 알았다는 뜻인지
나를 다 읽어버렸다는 것인지도 모른 채
나만 혼자서 변죽을 울리고 있습니다
나도 따라 '아이 씨, 아이 씨', 따라하면서
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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