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아침 전쟁 -치매행致梅行 · 92

洪 海 里 2014. 4. 7. 12:26

아침 전쟁

- 치매행致梅行 · 92

 

洪 海 里

 

 

거기 또 가야 해?

거긴 왜 가?

거기 왜 가야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똑같은 질문입니다

되풀이되는 일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옷 갈아입고

화장해 달라고 2층 딸애 방으로 올라갑니다

가고 싶지 않아?

가지 않을 거야?

대답은 없습니다

소풍 가는 초등학생처럼

들뜨고 설레고 안절부절 초조합니다

서둘러 화장실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고

'아이 씨, 아이 씨', 하는 말이

입에 달렸습니다.

그런데 그 말이 'I see, I see!'로 들립니다

'알았어, 알았어!'

이제 아내가 내 속을 알았다는 뜻인지

나를 다 읽어버렸다는 것인지도 모른 채

나만 혼자서 변죽을 울리고 있습니다

나도 따라 '아이 씨, 아이 씨', 따라하면서

가는 차를 향해 손을 흔들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