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치매행致梅行』(2015)

<시> 영산홍 한 분 - 치매행致梅行 · 93

洪 海 里 2014. 4. 7. 12:29

영산홍 한 분

- 치매행致梅行 · 93

 

洪 海 里

 

 

오늘은 아내가 조그만 화분을 들고 왔습니다

유치원에서 꽃을 심는 실습을 했나 봅니다

활짝 핀 영산홍이 앙징스럽습니다

눈물이 왈칵 솟구치는데

편지 한 장이 가지 사이에서 피어납니다

나는 이제까지 꽃을 보지 않았습니다

한때 아내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그것도 모르고 나는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늦둥이 같은 환한 꽃 한 분

이제사 꽃거울에 나를 비춰봅니다

활짝 핀 꽃이 반짝반짝 웃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