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홍 한 분
- 치매행致梅行 · 93
洪 海 里
오늘은 아내가 조그만 화분을 들고 왔습니다
유치원에서 꽃을 심는 실습을 했나 봅니다
활짝 핀 영산홍이 앙징스럽습니다
눈물이 왈칵 솟구치는데
편지 한 장이 가지 사이에서 피어납니다
나는 이제까지 꽃을 보지 않았습니다
한때 아내는 한 송이 아름다운 꽃이었지만
그것도 모르고 나는 한평생을 살았습니다
늦둥이 같은 환한 꽃 한 분
이제사 꽃거울에 나를 비춰봅니다
활짝 핀 꽃이 반짝반짝 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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