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가곡·문화글판·기타

사랑하는 딸 유빈에게

洪 海 里 2015. 1. 8. 09:38

사랑하는 딸 유빈에게

 

무엇보다도 너의 결혼을 기쁘게 생각하고

누구보다도 아비는 너의 결혼을 축하한다.

 

네 생각을 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마음이 먹먹해져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구나.

아비는 안개 속을 헤매는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네 어미가 알아서 준비하고

조언해 주며 처리해야 할 일들을

너 혼자 해내느라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느냐.

아비는 곁에서 바라보기만 하면서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뿐이었구나.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한평생의 길은

어차피 혼자서 가는 것이란다.

가는 도중에 한 남자를 만나

손을 잡고 한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지,

두 사람이 한 손을 놓으면

너는 너, 나는 나가 되고 마는 것이

결혼이란다.

 

그러니 딸아, 사랑하는 딸아!

너는 네가 잡은 손을 절대로 놓지 말거라.

네가 결정해 잡은 한 남자의 손이니

그 손은 네가 끝까지 잡아야 주어야 한다.

세상이란 길은 혼자서 가는 길이지마는

길동무가 한 사람 있으니

바로 네가 선택한 종원이라는 든든한 동반자다.

딸아, 너는 그 사람의 따뜻한 조력자,

그 사람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내조자가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이 힘들고 외로울 때

텅 빈 그릇을 채우는 물처럼

그의 마음을 가득 채워주는 여자

그 남자의 반쪽이 되어 둘이서 하나를 이루거라.

 

한평생이란 길이 참으로 먼 것처럼 보이지만

걷다 보면 금방이란다.

그 짧은 인생이란 도정이지만

얼마나 많은 폭풍이 치고

해일이 몰려오겠느냐.

그러나 그 모든 시련은

두 사람의 힘과 지혜가 모아지면

별것 아니란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손을 꼬옥 잡고 걸어가다 보면

꽃길도 비단길도 다 걷게 될 것이니

조금도 서둘지 말거라.

서둘다 보면 긴 길도 금세 지나고 마니

때로는 느릿느릿 걸어가면서 삶의 멋과 맛도

느끼고 즐기면서 살아가기 바란다.

가다가 힘들면

가슴속 빈자리를 서로에게 내어 주거라.

 

이제부터는 아비 어미 걱정 말고

네가 종원과 꾸미는 가정에 집중하고

새로운 세상에 몰두하거라.

또한 강조해서 당부하고자 하는 것은

네 반쪽을 낳아 주신 시부모님을 기억하거라.

그분들을 지극 정성으로 모셔야

행복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음을 명심하거라.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런 아들딸을 많이 낳거라.

고 녀석들이 두 사람을 연결해 주고

가정에 기쁨과 웃음과 보람을 안겨 줄 것이다.

 

사랑이란 강하고 영원한 것이라고 말들 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이 바로 사랑이란다.

종원에 대한 이해와 배려하는 마음가짐으로

상호 소통하면서 희생과 헌신을 잊지 말거라.

행복은 덕을 보겠다는 생각에서가 아니라

베풀어 주는 마음에서 온다는 것을 기억하거라.

1960년 미국의 John F. Kennedy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 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but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물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느니,

 

이 한마디로 당부의 말씀을 마치고,

 

오늘 을미년 연초의 토요일에 여러 가지로 분망하실 텐데도

우리 양가의 혼사에 참석하여 축하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가족, 친지, 동료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앞으로도 오늘 새출발을 하는 두 사람을 지켜보며

사랑해 주시면 험한 세상도 꿋꿋하게 살아나가리라 믿습니다.

여러분 늘 평안하시고 가정에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하면서

제 말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고 감사합니다.

 

2015년 1월 10일 두 시

도로교통센터 컨벤션 홀에서

신부 유빈의 아비 洪 海 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