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그녀가 보고 싶다

洪 海 里 2015. 7. 3. 08:20

그녀가 보고 싶다

 

洪 海 里

 

크고 동그란 쌍거풀의 눈

살짝 가선이 지는 눈가

초롱초롱 빛나는 까만 눈빛

반듯한 이마와 오똑한 콧날

도톰하니 붉은 입술과 잘 익은 볼

단단하고 새하얀 치아

칠흑의 긴 머릿결과 두 귀

작은 턱과 가는 허리

탄력 있는 원추형 유방

연한 적색의 유두

긴 목선과 날씬한 다리

언뜻 드러나는 이쁜 배꼽

밝은 빛 감도는 튼실한 엉덩이

고슬고슬하고 도톰한 둔덕 아래

늘 촉촉 젖어 있는 우윳빛 샘

주렁주렁 보석 장신구 없으면 어때,

홍분 백분 바르지 않은 민낯으로

나풀나풀 가벼운 걸음걸이

깊은 속내 보이지 않는

또깡또깡 단단한 뼈대

건강한 오장육부와 맑은 피부

한번 보면 또 한 번 보고 싶은

하박하박하든 차란차란하든

품안에 포옥 안기는,

한 편의 시.

- 시집『봄, 벼락치다』(2006, 우리글 )

 

* 마흔 중반에 접어들면서 삶에 대한 의문이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일어났다.

삶은 고단하고 남루했으며, 새로운 의미를 찾지 않고서는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현실 너머의 순정한 세계가 너무나 그리웠다.

그때 나는 시(詩)의 세계로 하염없이 끌려 들어갔다.

그것은 마치 자석의 한 극이 다른 극을 끌어당기는 힘처럼 거부할 수 없는 강력한 것이었다.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때는 거실에 좋아하는 시를 걸어두고 눈에 띌 때마다 읽곤 했다.

당시에는 암송할 수 있는 시만도 100편이 넘었다.

그 뒤에 블로그를 하면서는 간단한 감상을 적기 시작했는데 그것도 벌써 400편 가까이에 이른다.

이제 시읽기는 내 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사랑하는 애인에 비유한 시인의 시사랑은 극진하다.

비록 거기에는 못 미칠지라도 나 역시 죽을 때까지 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나만 변덕을 부리지 않는다면 시는 늘 다정한 친구로, 연인으로 내 곁에 있어 줄 것이다.

 

* 뿌리 깊은 나무 http://biencan.tistory.com 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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