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아내는 부자 - 치매행 78

洪 海 里 2015. 8. 5. 15:58

 

 * 고흐의 그림 '부부'

 

 

아내는 부자

-치매행致梅行 78

 

  洪海里

 

             

나는 평생 비운다면서도

비우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버린다 버린다 하면서도

버린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 내려놓자 하면서도 그러지 못했습니다

버린다 비운다는 말 한마디 없이

내려놓는다는 말도 없이

아내는 다 버리고 비웠습니다

다 내려놓고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평안합니다

천하태평입니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걱정이 없습니다

집 걱정 자식 걱정도 없습니다

아무것도 거칠 것이 없는 아내는

천하제일의 부자입니다.

 

 

  * 홍해리洪海里 시인

 

* 충북 청원에서 태어남

* 고려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 1969년 시집 <투망도>로 등단

시집 <화사기花史記> 1975, <무교동>1976, <우리들의 말>1977, <바람 센 날의 기억을 위하여>1980,

<홍해리 시선>1983, <대추꽃 초록빛>1987, <청별淸別>1989, <은자(隱者)의 북>1992,

<난초밭 일궈 놓고>1994, <투명한 슬픔>1996, <애란(愛蘭>1998, <봄, 벼락치다>2006,

<푸른 느낌표>2006, <황금감옥>2008, <비타민 詩>2008.

* 현재 사단법인 우리詩진흥회 이사장

* 블로그/ http://blog.daum.net/hong1852

* 카페 / http:// cafe.daum.net/urisi

 

 

 

내일은 '부부의 날'이다

本來無一物 본래 아무것도 없었음에서 인연으로 만나는 상관관계에서 남녀지간에 서로 인연이 닿아

평생을 함께 해로하며 살자며 혼인을 맺고 살아가는 부부의 사이는 참으로 아름다운 인간관계이다

그러나 살아가는 동안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사별로 홀로되는 삶을 살아야 하는 슬픈 부부가 있는가 하면

피치 못할 사연으로 생이별을 하며 애통한 삶을 살아가는 불행한 부부도 있는가 하면 어느 한 쪽이 모진 병에 걸려

순탄하지 못한 삶을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하지만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기왕이면 아름답고 애틋한 부부의 연을 이으면서 사랑스럽게 살아가는 부부였으면 좋겠다

 

수원시화隨園詩話에 재미난 이야기가 나온다

곽휘원郭暉遠은 가신家信을 부칠 때, 잘못 편지 대신 백지를 넣어 부쳐왔는데

그의 아내가 회신하기를

"벽사창에 기대어 어른의 글월을 받자오니 처음부터 끝까지 흰 종이뿐이오라 아마도 어른께서 이 몸을 그리워하심이

차라리 말 아니하려는 뜻을 전하고자 하심인 듯하여이다"

아내의 이와 같은 편지를 받은 수원은 아내의 시적인 묘한 감성과 정연한 사랑에 크게 감동했다는 이야기다

실수로 흰 백지를 보낸 남편의 실수를 고아롭게 해석하여 애틋한 사랑의 마음으로 전한 곽휘원의 아내의 심성이

참으로 향기롭고 아름답기 그지 없다

바로 이들이 참된 부부이기게 그러했던 것 같다

 

위의 시는 삼각산 홍매원紅梅園에서 참 시인답게 살아가면서 평생을 시쓰기에 전념하며 살아가는

존경하는 홍해리 시인의 '아내는 부자'라는 시이다

치매로 고생하는 아내를 보살피는 따뜻한 사랑의 배려가 참으로 아름답다

아내의 치매가 쾌유만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ㅡ

'다 버리고 비운' 아내를 바라 보는 남편의 시선과 생각이 참으로 따뜻하기만 하다

                                                                      - 손소운 (시인)

 

* http://cafe. daum.net/kila 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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