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및 영상詩

<시>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2015. 8. 28. 06:00

                                                                                          * 2010. 10. 23. 괴산에서 李大儀 시인 촬영

  

 

 

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洪 海 里

 

 

의 나라

우이도원牛耳桃源

찔레꽃 속에 사는

그대의 가슴속

해종일

까막딱따구리와 노는

바람과 물소리

새벽마다 꿈이 생생生生

한 사내가 끝없이 가고 있는

과 행 사이

눈 시린 푸른 매화,

대나무 까맣게 웃고 있는

솔밭 옆 마을

꽃술이 술꽃으로 피는

난정蘭丁의 누옥이 있는

말씀으로 서는 마을

그곳이 홍해리洪海里인가.

 

 

 

           - 시집『봄, 벼락치다』(2006)

 

 

* 洪海里에 대하여


내 고향은 바다가 없는 충북 청원이다.

바닷바람, 물너울, 바닷새, 수평선, 난바다, 해일,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바다는 늘 나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바다를 처음 본 것도 대학에 들어가서였다.

바닷물이 정말 짤까 하고 손가락으로 찍어 맛을 본 기억도 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성씨 ‘洪’에 ‘海里’라는 필명을 스스로 붙여 ‘홍해리’가 되었다.

넓을 ‘洪’에 바다 ‘海’를 결합하면 ‘너른 바다, 큰 바다’가 된다.

바다 ‘海’에 마을 ‘里’를 붙이면 바닷가에 있는 마을이 된다.

‘洪海里’는 큰 바닷가에 있는 마음씨 착한 사람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는 마을이다.

전북 부안 주산면에 ‘洪海里’가 있고 고창에는 ‘海里’면이 있고 해남에는 ‘海里’가 있다.

‘1해리’는 바다에서 1852m를 나타낸다. 그러면 ‘홍해리’는 거리가 얼마나 될까?

무한대를 뜻하는 ‘洪’에 ‘海里’가 결합되면 끝이 없는 먼 거리를 뜻하지 않는가.

어떤 자로도 잴 수 없는 거리, 갈 수 없는 거리, 메비우스의 띠!

고향을 떠나 자리 잡은 곳이 서울이고 가장 오래 살고 있는 곳이 우이동이다.

북한산 골짜기 우이동에서 隱者의 북을 울리고 詩丸을 만들어 냇물에 띄운다.

이곳에서 이생진, 임보, 채희문 시인을 만나 ‘우이동시인들’이란 동인회를 만들었다.

1986년이었다.

삼각산 양지바른 옛 암자 터에 복숭아나무를 사다 심고 가꾸기 몇 년이었던가.

이제 제법 자라서 해마다 봄이면 복사꽃 잔치를 벌일 수 있게 되지 않았는가.

그곳을 우리는 ‘牛耳桃源’이라고 부른다.

그곳에서 우리는 해마다 봄가을로 ‘三角山詩花祭’와 三角山丹楓詩祭‘를 올리고 있다.

주변에는 백년 묵은 오동나무가 여러 그루 서 있어 까막딱따구리의 보금자리가 된다.

우이동 누옥에는 내가 심은 매화나무가 수령이 40년이나 되어 마당을 독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매화가 만개하면 시인들과 ‘梅下詩會’를 열고 술잔에 꽃잎을 띄운다.

또한 유월이면 매실을 따  매실주를 담가 노랗게 익어가는 빛깔과 향기를 즐긴다.

또한 이사하면서 심은 烏竹 몇 그루가 해마다 죽순을 올려 기운을 북돋워 준다.

‘蘭丁’은 임보 시인이 내가 난초에 미쳐 살 때 붙여준 별명이다.

‘우이동솔밭공원’은 백 년 된 천 그루의 소나무를 베어내고 고층아파트를 짓겠다고 할 때 다른 단체와 함께 ‘우이동시인들’이 지켜낸 아름다운 공원이다.

그렇다.

洪海里는 홍해리에 있다. 홍해리에는 洪海里가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내 시의 고향인 洪海里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홍해리에는 나의 꿈이 있고 내 시혼이 살고 있다.

홍해리는 나의 시요, 내 영혼의 고향이다.

                                                                         - 洪 海 里

 

   

<참고 자료>
* 전남 해남군 북평면
구릉성 평지에 자리한 마을로, 동쪽에 바다를 끼고 있으며 수산업과 논농사가 주로 이루어진다. 동흥리홍해리를 병합하면서 두 마을의 이름을 따 동해리라 하였다. 자연마을로는 동해, 거북바웃골, 정문, 새테마을 등이 있다. 동해마을은 본 리가 시작된 마을이고, 거북바웃골마을은 거북이처럼 생긴 바위가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정문마을은 효자 양정호의 정문이 있는 곳이라 하여 불리게 된 이름이며, 새테마을은 동해 서쪽에 새로 된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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