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스크랩] 홍해리 / 우화羽化<유진의 시읽기>

洪 海 里 2015. 8. 11. 12:23

☛ 경상매일 / 2015.7.15(수요일)자

 

유진의 가 있는 풍경

    

 

우화羽化 

홍해리

 

 

바닥을 본 사람은

그곳이 하늘임을 안다

위를 올려다보고

일어서기 위해 발을 딛는 사람은

하늘이 눈물겨운 벽이라는 것을

마지막 날아오를 허공임을 알고

내던져진 자리에서

젖은 몸으로

바닥을 바닥바닥 긁다 보면

드디어,

바닥은 날개가 되어 하늘을 친다

바닥이 하늘이다.

 

 

시 읽기

삶이란 올라가야 하는 것과 내려서야하는 지점을 알아내는 것, 바닥과 하늘의 경계지점 또한 자신의 인식여하에 달려있으며, 삶의 대목 대목마다 최선의 노력이 따르면 도달할 수 있을까?

잎을 갉아먹고 만들어 낸 진액으로 도롱이를 말아 쓰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겨울나기를 한 애벌레는 따듯한 봄날에도 열심히 바닥을 기어야 나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바닥을 본 사람만이 그곳이 하늘임은 안다고 한다.

일어서기 위해 내던져진 자리에서 젖은 몸으로 바닥을 바닥바닥 긁어본 사람만이 하늘이 눈물겨운 벽이라는 것을 안다. 더 이상 내려설 곳이 없는 바닥으로 내려가서 발을 딛고 선 사람만이 바닥이 곧 하늘이란 것을 안다는 말이다. 저마다 잘난 사람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스스로 가장 낮은 바닥으로 내려선다는 일 만큼 힘든 일이 또 있을까? 바닥을 아는 사람만이 하늘을 얻는다. 스스로 낮아지고 낮아지려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하늘에 닿게 될 것이다.

번데기가 변태하여 성충(成蟲)이 되고, 하늘을 날기 위한 날개를 얻는 것처럼, 사람의 몸에 날개가 돋쳐 하늘로 올라가 신선이 된다는 우화등선(羽化登仙)은 진정한 자각, 순수한 각성, 즉 awareness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의 교훈이 배어있는 원로시인의 탈지면(脫脂綿)처럼 정제(整齊)된 시가 삶을 돌아보게 한다.

유 진/ 시인, 첼리스트<선린대학 출강>

출처 : 삶을 시처럼 시를 삶처럼
글쓴이 : 유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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