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치매약을 복용하다 - 치매행致梅行 · 186

洪 海 里 2016. 5. 24. 04:38

치매약을 복용하다

- 치매행致梅行 · 186


洪 海 里



치매약을 먹었습니다

아내는 아침저녁으로 약을 복용합니다

아침에 다섯 알

잠자기 전에 여섯 알

제법 양이 많습니다

엊저녁 물 한 잔에 약 세 알을 먼저 주었습니다

한꺼번에 다 삼키기가 벅차

두 번에 나눠 줍니다

그런데, 그런데

아내에게 세 알을 주고

나머지 세 알은 내가 그만 꿀꺽해 버렸습니다

순간적이었습니다

아차! 실수는 늘 때늦은 후회를 불러옵니다

다른 약봉지를 자세히 살펴보니

세 알은 원형대로 동그란 알약이고

세 알은 반씩 쪼갠 것이었습니다

부부는 살다 보면 서로 닮아가기도 하고

일심동체란 말도 있어 그런가 봅니다

이제 나도 치매환자가 되었습니다

내가 약을 먹어도 아내가 나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