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매화에 이르는 길』(2017)

하뿔싸 - 치매행致梅行 · 183

洪 海 里 2016. 5. 4. 05:24

하뿔싸

- 치매행致梅行 · 183

 

洪 海 里

 

 


내 팔을 끌어다 베개를 하든가

손을 꼭 잡고서야 아내는 잠이 듭니다

"손 놓고 자!"

"아이, 싫어!"

"나 도망갈까 봐 그래?"

"응!"

 

어제 아침 산책을 나갔다

도우미가 아내를 길에 놓고 들어왔습니다

두 아들과 딸과 사위

경찰과 케어센터에서 찾아나선 지 여덟 시간,

길이 가는지 내가 가는지도 모르는 채

목이 마른지 속이 타는지도 모르고

이리저리 허둥지둥 다급하게 헤매는 동안

왜 자꾸 나쁜 생각만 드는 것이었을까


우이동 버스 종점에서 눈에 띄어

순찰차를 타고

아내는 겨우, 겨우 집에 돌아왔습니다

무임승차로 여기저길 갔다 왔다 했는지

정류장에서 무작정 앉아 있었는지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배가 고픈 줄도 모르고

그래도 아내는 천하 태평이었겠지요


엄마를 끌어안고 우는 딸애를 보며

아내는 태평스레 웃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긴긴 하루 해가 저물었습니다


오늘 밤에는 내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여덟 시간 동안 돌아다닌 길을 따라

꿈속을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 2016. 4. 30. 우리시회 三角山詩花祭를 올리는 날에 벌어진 사건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행사에 불참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기원해 봅니다.

- 隱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