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감상> 량허란써징디엔洋河藍色經典 / 이동훈(시인)

洪 海 里 2016. 7. 25. 04:37

량허란써징디엔洋河藍色經典

-하이즈란海之藍                                   


洪 海 里




양하남색경전은 중국의 술이다

해지람이란 상표가 시원하기 그지없다

술을 보고 경전이라니,

아니 맞다!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살게 해 주는 게

술보다 나은 게 없지

48%짜리 차갑고 뜨거운 바다를

임보 시인과 둘이서 다 퍼냈다

바닥이 난 바다는 허무했다

예수는 맨발로 바다를 건넜는데

우리는 신발을 신은 채

쪽빛 바다를 흔들리며 건넜다

몸속에서 불이 타올라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

주酒는 주主의 길을 그냥 가게 했다

어쩌자고 바람은 온몸으로 불어오는지

바다는 쪽빛으로 푸르고

빈 바다가 술병에서 잠녀처럼

휘익! 휘익! 울고 있었다.


 * 량허란써징디엔: ‘량허’는 술 이름, ‘란써’는 남색이니, 양주의 블루 컬러,

‘징디엔’은 經典, 즉 클래식. 양주 이름처럼 폼을 잡아 ‘량허’, 즉 술 중에 상급 블루 브랜드라는 뜻.

‘하이즈란’은 부제.- 金金龍(시인)


  -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 (사)우리詩진흥회 · 도서출판 움, 2016.


  - 홍해리 시인과 임보 시인은 ‘우이동 시인들’(1986년)로 의기투합 이후, 한 세대 우여곡절을 지나며 ‘우리詩’를 이끌고 있다.

337회 동안 우리시낭송회(2016.7.30일 기준)를 이어오고 있는 동력도 두 사람의 힘이다.

비가 오거나 말거나, 찾는 발길이 더하거나 덜하거나 구애됨 없이 매달 한 번도 거르지 않고 두 시인이 제일 앞자리에 앉아 눈으로 출석을 부른다.

   임보 시인과 홍해리 시인을 가까이 섬기지는 못했지만, '우리詩' 출신으로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다.

두 시인은 서로 다른 면이 많다고 얘기하고 실제 그런 면이 있지만, 닮은 점도 한두 가지는 아니다.

두 분 다 입담이 좋다. 썰전에 두 분을 모셔도 기본 시청률은 나오지 싶다.

시업詩業에 철저하여 늘 시를 품고 산다. 엮어낸 시집 권수도 어슷비슷하다.

서로를 존중하고 지음으로 인정한다.

무엇보다 술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있으며, 실제 주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기 어렵다.

   두 분이 ‘경전’ 이름표를 단 술을, 후배이면서 지인인 김금용 시인에겐 한 방울도 안 주고 나누어 마셨나 보다.

“술을 보고 경전이라니”, 잠시 아리송했겠지만 술이 “세상을 바로 보고 바로 살게 해 주는” 경전임을 애주가답게 곧 인정한다.

세상이 바르지 않으면 거꾸로 서서 삐딱하게 봐야 한다는데, 술이 그런 방면에 도움을 주긴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얄브스름한 해석을 시인이 좋아하진 않을 것 같다.

술이 속을 지르고 “가는 길을 환하게 밝혀 주었다”고 하는 데서 애주, 탐주를 넘어서서 주도酒道의 새로운 반석을 예약한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주酒는 주主의 길을 그냥 가게 했다”는 문장도 여운이 깊다.

주를 앞에 내세우는 말로 봐도 무방하겠으나 주酒가 주主의 길을 가듯, 개개인도 주인의 길을 가라는 말로 새기고 싶다.

   취기와 정기가 섞인 몽매간에 경전 같은 말씀을 들었다.

시수헌(월간《우리詩》편집실)에서 원고 교정보며 주를 챙길 두 시인의 이야기가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빈다.

                                      - 이동훈(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