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 시인의 맛있는 시(111) : 구멍
시집『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출간한 홍해리 시인
최희 기자 2016-08-10 / 중앙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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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洪 海 里
호수가 꽝꽝 얼어붙어도
한 옆엔 얼지 않는 구멍이 있다
물고기들 숨 막힐까 봐
발딱발딱 숨쉬는 구멍이 있다
(- 홍해리 시집 『바람도 구멍이 있어야 운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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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우리말 중에 ‘구멍,이라는 단어처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 또 있을까?
구멍은 생명이요 호흡이며 어린 새끼들의 비빌 언덕이다,
또한 헐벗고 병들고 가난한 이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나눔과 소통의 손길이다.
요즘엔 군대나 집단에서 고문관, 허당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한 평생 시의 길을 걸어온 시인의 눈은 얼음 속에서도 미세한 구멍이 있음을 발견한다.
누가 그랬던가, 시인은 콜롬버스의 눈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지구촌 곳곳에 화염이 펑펑 터지고 비명소리에 숨통이 막혀도 여전히 지구가 돌아가는 것은 보이지 않는 구멍들이 곳곳에 있어서 산소 같은 숨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가만히 살펴보라! 세상엔 구멍이 많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 폭우가 쏟아져도 흘러갈 구멍, 댐이 무너져도 땟목 같은 생명줄은 있다. 인간이 본래의 선함을 구멍으로 가지고 있는 한은...
오늘도 우리의 아이들은 비빌 언덕이 있어서 자라난다. 그래도 세상이 아름다운 것은 구멍이 되어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위정자들과 재벌들이 민초들의 끊어져 가는 목줄을 살려낼 구멍 역할 좀 제대로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지를 생각해 본다.
(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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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해리 시인/
충북 청주 출생(1942년)
1969년 시집 『투망도』를 내며 등단
사단법인 우리시 진흥회. 월간 <우리시>. 도서출판 <움> 대표
시집으로 『화사기』 『치매행』 외 다수와 시선집 여러 권이 있다.
기사입력 : 201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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