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정곡론正鵠論』(2020)

시인의 편지

洪 海 里 2019. 10. 2. 17:19

시인의 편지


洪 海 里




산만刪蔓하옵고,

일백오십 편의 시로 시집 한 권 엮었습니다

정가, 거금 15,000원정

편당 가격 일백 원

박리 다매薄利多賣 내놓아도

팔리기는커녕

파리만 날리고 있는

먹지 못하는 밥이 되어

먼지만 쌓이고 있습니다

결국,

나는 일백 원짜리도 되는 시인임을 시인합니다

가슴으로 보고 발로 쓰는 시를 위하여

산말을 잡아 방목을 했어야 했습니다

이제,

풀밭에 나가 딱따깨비 메뚜기 방아깨비 베짱이

철써기 풀무치 여치 귀뚜라미와 친구 할까 봅니다

그 애들이 불러 주는 노래나 필사하면서

풀꽃과 놀다 보면

팔도에 솥 걸어 놓았다 할 수 있겠습니까

詩에게 파리 발 드리는 일은 없겠습니다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또 문안드리겠습니다.


2015년 한여름날

북한산 우이동 골짜기에서,

洪海里 배상.


              - 월간《우리詩》2019. 12월호.



                         작은 우체통     


지나간 가을이 아쉬웠는지 붉은 낙엽이 작은 우체통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떠났지만, 가을을 기억해 달라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동아일보 2019. 1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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