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식 시집『가랑잎 통신』表辭의 글
“너를 통째로 물들이기는 싫어/ 네가 가던 길 돌아서거나/
환승換乘하는 우遇는 없었으면 좋겠어/ 그저 가방 한 켠에 비켜 있다가/
아플 때 약통 뒤적이듯/ 힘들 때 찾아내 펼쳐 보는/
얇은 수첩 같은 것이었으면 해/ 빙그레 웃다가/ 다시 챙겨 넣고/
가던 길 힘차게 가게 하는/ 찬물 한잔이었으면 좋겠어” -「나의 詩」전문
이 시 한 편이 민구식 시인의 시와 시론을 다 말해 주고 있다. 시에 대한
생각과 바람이 정말 소박하고 진솔하기 그지없다. 시에 대해 지나친 욕심을
부리다 보면 읽어봐도 이해할 수 없고 맛도 재미도 없는 글을 쓰기 마련이다.
시는 쉽고 재미있어 다시 읽고 싶은 글이어야 하고 술 깨는 새벽녘에 들이켜는
한 대접의 냉수 같아야 한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그의 과거와 현재, 가족과
고향의 따뜻한 이야기와 아주 작은 사건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그 작은 것들이
하나같이 순박/담백하고 건강해서 부담이 없다. 시는 말로 쌓는 탑이다.
언제나 진정성을 잃지 말고 잘 익은 언어로 아름답고 견고한 탑을 올리기 바란다.
- 洪海里(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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