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평론·시감상

뜨거운 노래는 묻어도 소리친다 / 서문

洪 海 里 2017. 10. 17. 17:15


 


뜨거운 노래는 묻어도 소리친다
서 적 명   뜨거운 노래는 묻어도 소리친다
저 자     이무원 홍해리
출 판 사     동천사
페 이 지     248
출판년도  

  1984 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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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헌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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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 사랑의 名詩選

뜨거운 노래는 묻어도 소리친다

- 李茂原 · 洪海里 編




<책머리에>


1.

   사랑이란 하나의 점이요, 선이요, 원이다. 하나하나의

점이 이어져 너와 나를 연결하는 선이 된다 그 선의

극과 극이 이어지면 원이 되어 하나가 된다. 직선이든

곡선이든 두 점이 맞부딪치면 그것은 한 개의 굴렁쇠가

되어 영원을 향해 무변의 바닷가를 굴러간다. 우리의

가슴속으로 끝없이 끝없이.

  우리가 한평생을 살아가면서 자주 마주치는 욕망의

모퉁이를 돌아 잔잔한 그늘을 두리운 나무 아래 잠시

쉬어 볼 일이다.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다시 시작하는

삶의 활력소를 비축하는 일이다.

  생활이 어둡고 슬플 때나 가슴이 춥고 괴로울 때

작은 풀꽃이 저 홀로 피어 있는 들길을 걸어가 보면

햇살이 모든 이에게 고루고루 은총을 뿌려주듯 맑은

음색으로 우리에게 안겨오는 한 편의 시를 웅얼거리게

될 것이다.

  뿌연 안개가 자욱이 내리는 새벽녘 창가에서, 별들만

고요히 눈뜨고 있는 저문 밤 당신의 옆자리에 한 권의

시집을 놓아두라. 뿌연 매연으로 찌든 회색빛 도시의

한 모퉁이에서, 아무도 없이 다 떠나가버린 빈 자리

에서, 한 사람의 시인의 이름을 기억하라.

  무거운 책갈피로부터 잠시 눈을 돌리고 시원한 약수

를 한 대접 들이켜 보라. 방 안에 밝혀놓은 또 하나의

촛불처럼 그대 가슴에 신선한 불이 타오를 것이다.

들국화 송이에 부치는 산까치의 청아한 울음같이

그대의 이마에 서늘한 그늘이 내릴 것이다. 곤비한

영혼의 곳간에 순금언어로 빚은 영원의 양식을 부리자.

그리하여 자신의 숨소리만이 온 천지에 가득할 때,

자신의 그림자만이 자신을 지켜주는 시간에 갈피마다

숨어 있는 보석의 반짝임을 엿보는 잠시의 여유를

나의 것으로 해서 내일도 틀림없이 떠오를 저 뜨거운

태양을 가슴으로 맞아 드리자.

  외로운 이여! 외롭다고 말하지 말라. 괴로운 이여!

괴롭다고 말하지 말라. 그 순간이야말고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의 본질인 가장 귀한 보석을 갈고 닦는

순간이니까. 다만 저녁녘 솔잎에 내리는 이슬과 새벽

바람으로 씻어서 자신의 하늘에 또 하나의 별을 띄워

놓을 일이다.


2.

  사랑은 인간이 지닌 가장 순수한 마음이며 가장

고귀한 정신이며 가장 뜨거운 열정이다. 사랑은

영원의 갈구며 절대 기도요, 하나가 되기 위한 신앙이다.

 사랑을 간직하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사랑을 하지 않는

사람 또한 없다.

  누구나 자식과 부모를, 이웃과 친구를 사랑하며 때가

되면 자연히 이성을 사랑하게 된다.

  사랑을 물이라 하여 흐른다 하면 사랑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을 뚝이라 하여 막아 논다면 그곳에 반드시

아픔이 있고 미움이 생기고 한이 서리게 마련이다.

  여기에 사랑의 시 170편을 묶어 보았다. 편의상

사랑을  Agape, Philos, Eros로 구분하여 말한다면

여기에 모아놓은 시편들은 대부분 이성간의 사랑을

읊은 것들이다.

  불타는 젊음의 뒤안길을 지나며 한 송이 꽃으로

자리잡는 우리의 사랑은 한 잎 낙엽에도 눈물이 흐르고

새소리, 바람소리에도 눈이 떠지는 가장 맑고 깨끗하고

깊은 마음의 정수일 것이다.

  다만 말이 필요없는 속성을 지녔기로 더욱 괴로운

이 절대의 감정을 말로 형상화하여 한 편의 시를 빚는

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사랑은 기쁨인가? 아픔인가?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진정한 사랑은 아픔을

동반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시인들은 이 사랑을 어떻게 노래했을까?

여기에 모아놓은 시인들의 사랑의 고뇌를 한번쯤 눈여겨

읊조리면서 혼탁하고 답답한 우리의 감정을 승화시키고

자신이 경험한 사랑의 세계, 아니면 다가올 새로온

세계의 발견을 위해 보다 빛나는 맑은 마음의 거울을

닦아보자.

  이 책을 엮으면서 자료의 미비로 인하여 꼭 수록하고

싶은 몇몇 시편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한 점 유감으로

생각하며 앞으로 보충해 나갈 것임을 밝혀둔다.


                        1984. 10. 엮은이들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