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우리들의 말』1977

인수봉을 보며

洪 海 里 2017. 12. 26. 16:12
인수봉을 보며

 
洪 海 里
 


봄이 오면 풀잎이 돋아나듯이
느글대는 피를 어쩔 수 없다
문득 차를 타고
4·19탑 근처를 서성거리다
인수봉을 올려다보면
그저 외연한 바위의 높이
가슴속 숨어 있는 부끄러움이
바람따라 똑똑히 되살아난다
백운대를 감고 도는 흰 구름장
벼랑에 버티고 선 작은 소나무
어둔 밤이 와도 움쩍 않고
서늘한 바람소리로
가슴속 검은 피를 느글대게 한다
부끄러운 나의 피를 돌게 한다
저 바위 아래 그늘 속
이름 모를 풀꽃도
때가 되면 스스로 피어나는데
부끄러워라 부끄러워라 나의 피여.


- 시집 『우리들의 말』(1977)
 
 
 
 
* 인수봉(오른쪽)과 백운대
* 道玄 장우원 시인 촬영. 2022.09.01. 異山 전선용 시인댁 옥상에서.

 

* 겨울 인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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